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시작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대생들은 이미 국가시험을 거부하겠다고 예고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오는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수련병원은 병원 홈페이지에 전공의 채용 공고를 올리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한다. 7월 말까지 지원자들의 신청을 받아 각 병원이 8월 필기·실기 시험, 면접 등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를 통해 선발된 전공의의 수련은 9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모집 규모는 총 7707명(인턴 2557명·레지던트 5150명)이다.

원래 전공의가 수련 도중 사직할 경우 ‘일 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으나, 정부는 올해 9월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잇따른다.

전국의대 교수 비대위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이 발표된 직후 “정부가 전공의 결원을 하반기 모집으로 갈라치기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가톨릭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의료기관의 향후 전공의 정원을 볼모로 9월 전공의 모집을 강요하고 있다”며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이 작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복귀하기보다는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나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들도 있다.

의대생의 의사 면허 취득 관문인 국가시험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하는데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이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개인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의사 국시 접수가 불가능해진다며, 정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를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끝내 국시를 거부할 경우 매년 약 3000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이로 인한 전공의 감소, 전문의 배출도 밀릴 수밖에 없어 의료 현장의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