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캐리포니아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로멜라(RoMeLa)팀이 개발한 ‘아르테미스(ARTEMIS, 왼쪽)’이 로보컵 2024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데니스 홍 교수

오는 24일 아르헨티나와 모로코의 경기를 시작으로 2024 파리올림픽 축구 대회가 시작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984년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소식이 네덜란드에서 전해졌다.

한국인 로봇공학자들이 전 세계 연구진이 모여 로봇으로 축구 승부를 겨루는 대회에서 우승과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이끈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들은 공을 인식하고 몸을 회전해 공을 찰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공학 기술이 접목됐다.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로멜라(RoMeLa) 팀은 지난 17~21일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대에서 열린 ‘로보컵(Robo Cup) 2024′ ‘휴머노이드 어덜트(Humanoid Adult)’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로멜라 팀은 이번 대회에서 6번 경기에서 전승하며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이날 우승 후 “우리는 세계 챔피언”이라며 “로보컵 2024 토너먼트의 모든 경기들을 다 이기고 결승전도 이겼다”고 말했다.

로보컵은 1996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봇 대회다. 전 세계 로봇 연구자가 로봇 축구와 산업 자동화, 재난 구호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을 펼친다. 로보컵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종목은 대회 이름처럼 로봇 축구다. 로봇 크기 별로 ‘휴머노이드 어덜트(Humanoid Adult)’와 휴머노이드 키드(Humanoid Kid)’, ‘표준 플랫폼’, ‘중간 크기’, ‘소형’을 포함해 총 9개로 경기가 진행된다. 이번 로보컵에는 45국 300팀이 참여했다.

데니스 홍 교수의 로멜라 팀은 인간형 로봇 ‘아르테미스(ARTEMIS)’로 결승에서 전 대회 우승팀인 독일 본 대학 님브로(NimnRo) 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테미스는 ‘향상된 이동성과 향상된 안정성을 위한 첨단 로봇 기술(Advanced Robotic Technology for Enhanced Mobility and Improved Stability)’이라는 뜻의 영문 약자이다. 키 142㎝, 무게 38㎏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을 걷고 뛸 수 있다.

아르테미스는 유연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사람의 근육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전기 구동 방식의 액추에이터로 움직임을 만든다. 또 두 발에 맞춤형 힘 센서를 장착해 균형을 유지한다. 머리에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있다.

아르테미스는 이미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졌다.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휴머노이드 이족보행 경기 자유 보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르테미스는 실험실에서 이동 속도 초속 2.1m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걷는 인간형 로봇으로 알려졌다.

데니스 홍 교수는 조선비즈에 “로보컵 2024의 압도적인 승리로 인간형 로봇 아르테미스가 세계 최고의 로봇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이번 승리가 로봇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많은 젊은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은 미래에 사람의 단순 노동을 대체해줄 기술로 꼽힌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 380억 달러(52조785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50.2%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 일본 같은 나라들도 일찍이 인간형 로봇 산업에 뛰어들어 연구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히어로즈'팀이 개발한 '앨리스(ALICE)'가 로보컵 2024 경기 전 준비하는 모습./한재권 교수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히어로즈(HERoEHS)팀의 ‘앨리스(ALICE)’는 휴머노이드 어덜트 부문에서 중국 칭화대 팀을 5대 1로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한 교수는 국내 로봇개발업체 에이로봇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자이다. 에이로봇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앨리스 외에도 ‘웰컴 로봇 에이블(ABLE)’과 ‘리셉션 로봇 제미니(Gemini)’를 개발했다.

앨리스는 ‘문화와 오락을 위한 인공지능 로봇(Artificial Learning Intelligent robot for Culture and Entertainment)’이라는 뜻을 가진 영문의 약자로, 두 발로 걷는 로봇이다. 키 136㎝, 몸무게 20㎏ 정도로, 인공지능(AI)으로 공과 골대 같은 축구장을 인식해 움직인다. 이외에도 상자를 나르거나 노약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앨리스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 3세대까지 출시됐다. 한 교수는 앞으로 있을 로봇 전시회에서 4세대 앨리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앨리스는 중국 최강의 팀 칭화대 팀을 상대로 한 5대 1 대승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며 “앞으로 여러 행사에서 월등한 성능을 가진 앨리스 4세대 로봇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로봇 대회 ‘로보컵’은 오는 2026년 한국에서 열린다. 인천시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테크돔에서 열린 세계로보컵연맹 이사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4국이 경쟁을 벌인 끝에 ‘2026 로보컵’ 개최도시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