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인 T세포의 전자현미경 사진. 다른 사람의 T세포로 만든 면역치료제로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NIAID

과학자들이 건강한 사람의 면역세포를 환자에 주입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몸 밖에서 배양하고 수를 늘려 치료제로 썼다.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를 이용하면 환자마다 따로 세포치료제를 만들지 않고 미리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그만큼 치료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쉬후지(Huji Xu) 중국 칭화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인 T세포로 만든 동종 유래 CAR(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공격해 없애는 면역세포다. 기존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뽑아내고 암세포나 감염 세포의 항원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CAR-T세포 치료제를 환자에게 주입하면 항원만 골라 공격해 없앤다. 암 치료는 암세포를 공략하지만,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건강한 세포를 잘못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목표로 한다.

이미 환자 자신의 T세포로 만든 자가 유래 CAR-T세포는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면역세포를 직접 뽑아 유전자 편집과 배양을 거치므로 대량 생산이 어렵다. 어렵게 만들어도 다른 환자에게 쓸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환자마다 따로 치료제를 만들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혈액암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개발부터 투여까지 1달쯤 걸리고 치료 비용도 3억 6000만원에 달한다.

이와 달리 동종 유래 CAR-T 치료제는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들어 대량 생산이 쉽고, 미리 만들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언제든 처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를 이용하다 보니 안전성 우려가 있어 이전까지 환자 치료에 쓰지 않았다.

칭화대 연구진은 CD19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동종 유래 CAR-T 치료제를 개발했다. CD19는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인 B세포의 표면에 있다. 이번 CAR-T 세포는 고장이 난 B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매개 괴사성 근병증(IMNM) 환자 1명과 미만성 피부 전신 경화증(dcSSc) 환자 두 명에게 정맥주사로 치료제를 투여했다. 두 질환은 B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해 각각 심각한 골격근 손상과 장기 섬유화 증상을 유발한다.

실험 결과 투여한 지 1~2주 만에 비정상 B세포가 검출되지 않을 만큼 사라졌다. 이후 면역 매개 괴사성 근병증 환자는 6개월 만에, 미만성 피부 전신 경화증 환자들은 3개월 만에 정상 B세포가 회복됐다. B세포가 재생되자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면역 매개 괴사성 근병증 환자는 B세포가 재생된 지 2개월만에 심각한 골격근 손상이 낫기 시작했다. 치료 효과는 6개월쯤 지속됐다. 미만성 피부 전신 경화증 환자들은 주요 장기가 섬유화하는 현상이 사라졌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윌리엄 블레어는 “동종 유래 CAR-T 치료제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음을 보인 첫 연구 결과”라며 “최근 CAR-T 치료제가 주로 처방되는 루푸스뿐 아니라 더 많은 자가면역질환에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알로진(Allogene), 포세이다(Poseida)와 같은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결과”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Cell(2024), DOI : https://doi.org/10.1016/j.cell.2024.06.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