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최대한 널리 활용해 세계 공중 보건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이 우리에게도 유리합니다.”

프란체스카 세디아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최근 고려대 의대에서 본지와 만나 모더나 공중보건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mRNA 액세스’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모더나가 가진 mRNA 기술을 기반으로 파트너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더나와 고려대가 협약을 맺고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이 바이러스는 고(故) 이호왕 박사가 발견한 것으로,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으로 꼽힌다.

프란체스카 세디아(왼쪽)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와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미래에 위협이 될 잠재적 질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모더나

세디아 CMO와 대담한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한타바이러스를 ‘mRNA 액세스’ 프로그램의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켜 만든 기존의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장기간 면역 효과가 충분히 유지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mRNA 플랫폼의 혁신성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명확히 증명됐다”며 “mRNA 기술을 이용하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세디아 CMO는 “한타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앞으로 인류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감염병, 즉 ‘질병 X(Disease X)’로 선정한 감염병”이라며 “이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고려대와 손을 잡고 미충족 수요를 mRNA 기술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mRNA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결핵, 말라리아,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지카 등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세디아 CMO는 “궁극적인 목표는 ‘질병 X가 나타날 것을 대비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미리 대비해두면 어떤 질병이 나타났을 때 백신 개발 기간을 100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야심 찬 목표지만, mRNA 플랫폼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다가올 질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모더나가 11개월 만에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더나는 10년 이상 mRNA 기술을 연구·개발해왔다”며 “우리나라는 사태가 발생하면 급하게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상황이 끝나면 지원이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백신 개발에는 2~3년의 단기 연구 과제가 아닌, 20~30년의 장기 연구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디아 CMO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모더나가 빠르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며 “규제 당국과 학술 기관들이 협력해 공통의 위협에 맞서 싸운 결과”라고 했다. 그는 또 “팬데믹 때 엄청난 양의 mRNA 기반 백신이 세계에 공급되면서 안전성도 광범위하게 연구됐다”며 “미래의 백신이나 의약품 중 mRNA 기술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 기술의 안전성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