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장마가 끝나면 기승을 부리는 불청객 ‘모기’가 얼씬도 못 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모기에 물린 부위가 가려워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물론이고,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각종 질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모기와의 전쟁’에 나선 과학 연구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원은 연간 7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 주목할 10대 과학 이슈 가운데 하나로 꼽은 ‘킬러 모기’는 브라질에서 올해부터 대규모로 방사된다.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를 50억 마리 퍼뜨려 모기 개체 수를 줄이고 전염병도 퇴치하려는 시도다.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하는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한다. 또 짝짓기하는 상대 모기에게 불임 현상이 나타나 개체 수도 점점 줄어든다. ‘모기 잡는 모기’로 부를 만한 특수 모기를 야생에 퍼트려서 최대한 많은 모기가 감염되도록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인 셈이다. 브라질은 연간 200만건 이상 뎅기열 감염으로 1000명 안팎이 숨질 정도로 모기 피해가 큰 국가로 꼽힌다.

그래픽=박상훈

모기는 야외 활동이 많은 군인들에게도 치명적이어서 군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미 육군의 ‘월터 리드 연구소’는 일주일에 모기 1만마리를 키워 질병 매개 모기를 퇴치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제약사 글랙소스미스클라인(GSK)과 말라리아 백신을 공동 개발했고, 암컷 모기를 유인해 죽이는 살충제 트랩(함정)도 시판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은 모기 퇴치 프로젝트 ‘리벡터(ReVector)’를 운영 중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바이오 기업 ‘징코 바이오웍스’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 목표는 인간의 피부 미생물을 바꿔 모기를 유인하는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DARPA는 피부 미생물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생성해 모기를 유인한다는 점에 착안해 ‘모기 퇴치 크림’을 개발하고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내지 않도록 해, 모기 퇴치 크림의 효과가 2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짜 피’로 말라리아 모기를 유인해 제거하는 연구도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이 개발한 가짜 피는 모기가 말라리아 기생 원충을 포함한 혈액을 더 좋아하는 데 착안했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혈액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은 모기를 유인하는 냄새를 방출하고 더 많이 흡혈하도록 자극한다. 모기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 성분(HMBPP)과 식물성 독소(살충제)를 포함된 분홍색 비트 용액을 만들었다. 이 용액을 빨아 먹은 모기는 모두 죽었다.

델타메트린이 함유된 살충제를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가열하면 모기 퇴치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분말 형태의 살충 성분인 델타메트린을 가열하면 살충 효능이 기존보다 약 1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전자레인지나 오븐으로 살충제를 가열하면 델타메트린의 결정 구조가 바뀌면서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모기도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섭씨 150도에서 30분간 가열한 살충제와 일반 살충제에 각각 모기를 노출시켜 비교했더니, 일반 살충제에 노출된 모기는 약 3%밖에 죽지 않았지만 가열된 살충제와 접촉한 모기는 24시간 안에 모두 죽었다. 연구진은 “기존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모기에게도 효과를 보여 향후 말라리아 퇴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전자 조작을 활용한 모기 퇴치 연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모든 모기를 박멸하는 것은 가능할까. 지구에서 영원히 모기를 추방하기 어렵고, 모기를 완전히 퇴치하더라도 예상 못 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기를 먹이로 삼는 개구리, 잠자리, 개미, 거미 등 수많은 동물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또 흡혈하는 암컷과 달리 수분을 통해 식물의 번식을 돕는 수컷 모기까지 사라지면 식물 생장도 지장을 받게 된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모든 모기가 사라진다면, 더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악성 해충이 득세할 수도 있다”며 “모기 없는 생태계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고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