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코스닥에 상장한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 주가가 약 3주 만에 반 토막(상장 첫날 최고점 대비) 났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시험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달 초 기술특례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내년 3월에는 첫 상업 발사에 나서며 2026년엔 매출 972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2억3100만원, 영업손실 16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 1분기 매출은 0원이었다. 상장 첫날(2일) 종가 3만4450원이던 이노스페이스 주가는 24일 2만5600원으로 마감해 약 25% 빠졌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여러 수주 계약은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 매출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우주기업들이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우주 산업은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기술력을 인정받더라도 수익 창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모은다. 하지만 기대감보다 낮은 실적에 주가가 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우주 산업의 특성도 국내 우주 스타트업엔 큰 부담이다. 우주항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주항공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회사들을 가려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줄줄이 상장 도전
지난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은 고위험 및 장기 개발 사업은 정부가 집중하고 민간이 중심이 돼 우주 개발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 우주기업들도 잇따라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위성 데이터 관련 스타트업 컨텍이 상장한 데 이어 이달 초 이노스페이스가 상장했고,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루미르는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우주발사체 업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초소형 위성업체 나라스페이스 등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주기업들이 당장의 큰 매출이나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력은 확보하고 있지만, 시장 진출로 상업화에 성공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당초 올 상반기 제주 해상에서 발사체를 시험 발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하반기로 일정을 수정했다. 안정적인 매출을 내기 위해선 시험 발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발사 마무리 작업이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8월 초로 발사 일정이 밀렸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컨텍 주가는 24일 1만2530원으로 마감했다. 공모가(2만25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승자독식 극복할 돌파구 필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우주 기업들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상장 폐지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 등을 제외하면 충분한 수익을 내는 회사가 드물다. 로켓 발사나 위성 개발의 비용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술력을 보이는 선두주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영향이다.
지난 2021년에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가치로 나스닥에 상장했던 미국 소형 발사체 업체 아스트라스페이스는 지난 19일 결국 상장폐지됐다. 지난달 미국 민간위성 기업인 플래닛 랩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17%에 달하는 180명을 정리해고했다. 작년 8월 110여 명을 해고한 데 이어 추가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영국 버진그룹의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버진오빗’ 역시 지난해 파산했다.
우주업계 관계자는 “우주 개발 전반을 민간이 주도하고, 그 열매를 가져갈 시대가 분명히 오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며 “우주 스타트업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민관이 협력해 다양한 ‘블루오션’ 원천 기술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