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침팬지들이 제스처(몸짓이나 손짓)로 주고받는 의사 소통 속도가 인간의 대화 속도와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진은 아프리카 일대의 야생 침팬지 무리를 추적 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지난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5개 무리의 252마리 침팬지들이 구사하는 8559가지의 제스처를 분석했다. 이는 침팬지의 대화를 주제로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 중 최대 규모다.

또 얼굴을 마주 보며 나누는 침팬지들의 ‘대화’를 이렇게 자세히 분석한 것도 처음이다.

연구진은 침팬지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보며 소통할 때 먼저 제스처를 취하고 상대가 이에 대해 반응할 때까지 평균 120밀리초(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 다는 점을 확인했다. 평균적으로 인간이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는 시간(평균 200밀리초)보다 빠른 것이다. 인간이 말로 대화하는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의사소통을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침팬치 무리에 따라 반응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우간다의 한 침팬지 무리는 다른 무리에 비해 수 밀리초씩 느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우리도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며 “사람도 문화권이나 국가에 따라 대화할 때 반응 속도가 다른 것과 비슷해 보인다”고 했다. 예컨대 일본인들은 대화 속도가 덴마크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침팬지들이 나눈 제스처의 14%만이 의사소통으로 볼 수 있는 대화의 형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대부분 “저리 가!” 또는 “같이 가자” 등 일방적 의사를 전하는 단발성 제스처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침팬지들이 음식을 두고 협상을 벌일 때나, 서로 외모를 꾸며줄 때 주고받는 대화가 가장 흔했다”며 “이번 연구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동작 대화가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