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정찰 궤도선이 지하 동굴을 탐사하는 장면을 묘사한 상상도. /미 항공우주국(NASA)

지난 20일은 인류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지 55주년을 맞은 날이다. 아폴로 11호 지휘관 닐 암스트롱이 착륙에 성공한 지점은 ‘고요의 바다’로 불리는 달 표면 가운데 하나인데, 이곳에서 약 400㎞ 떨어진 달 표면에서 동굴 입구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돼 관심을 모은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달의 ‘고요의 바다’ 지역에 있는 지름 100m 크기의 구덩이가 지하 동굴로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싱크홀(sinkhole)처럼 보이는 구멍이 지하 동굴로 이어지는 입구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궤도선이 관측한 달 표면 자료를 분석해 지하 동굴의 정체를 확인했다. 용암의 영향을 받아 생긴 이 동굴이 지하 130~170m 깊이에 있고, 약 4m 폭의 동굴 길이는 30~80m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달 표면 구덩이는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처럼 관측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구덩이가 지하 동굴의 입구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과학계는 달 지하 동굴이 지표면의 혹독한 환경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NASA에 따르면 달의 적도 부근의 낮 평균 기온은 섭씨 121도에 이르고, 해질녘에는 영하 133도로 급격히 떨어진다. 일부 지역에선 영하 246도까지 기온이 내려간다. 이처럼 달 표면은 기온 변화가 극심한 반면, 지하 동굴은 섭씨 17도로 안정적으로 기온이 유지되고 우주방사선도 피할 수 있어 달 유인(有人) 탐사 때 전초 기지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로마 시대 기독교 박해를 피하기 위해 땅굴로 연결된 지하 공간에 거주했던 이들처럼, 달의 지하 동굴 곳곳에 지구인이 살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