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탐사 중인 퍼서비어런스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가 고대 생명체의 흔적으로 보이는 암석을 발견했다. 지구의 미생물 화석과 비슷하지만, 지구로 암석 시료를 가져와 분석해야 실제 생명체 흔적인지 확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성에서 채취한 시료를 가져올 프로그램이 지연돼 단기간에 생명체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바위 균열에서 미생물 흔적 발견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5일(현지 시각) “화성의 바퀴 여섯 개 달린 지질학자인 퍼서비어런스가 수십억년 전에 미생물이 살았던 흔적을 보여주는 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어로 ‘인내’를 뜻하는 퍼서비어런스는 지구를 떠나 6개월 반 동안 총 4억 7000만㎞를 비행한 끝에 2021년 2월 19일 화성에 착륙했다. 무게가 1t이며 바퀴 6개로 움직인다. 그해 9월부터 화성의 바위에 구멍에 뚫고 암석 시료를 채취한 데 이어 지금까지 총 22개의 암석 시료를 확보했다.
나사의 퍼서비어런스 로버 연구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유명한 폭포의 이름을 따서 ‘체야바 폭포(Cheyava Falls)’라는 별명을 붙인 화살촉 모양의 바위이다. 가로 1m, 세로 0.6m 크기로 붉은색을 띠고 있다. 로버는 7월 21일 오래 전에 예제로 충돌구로 흘러들어온 물이 만든 폭 400m의 고대 강이 흐른 계곡을 탐사하면서 체야바 폭포를 채취했다. 퍼서비어런스가 22번째로 시추한 암석 시료이다.
나사 연구진은 이 암석에서 물이 바위의 갈라진 틈을 따라 흐르면서 황산칼슘이 침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광맥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로버가 촬영한 영상에서 흰색 줄무늬 사이에서 철과 인산염으로 둘러싸인 폭 수㎜ 크기의 밝은 얼룩을 발견했다.
호주 퀸즐랜드 공대의 데이비드 플래너리(David Flannery) 교수는 이날 나사 보도자료에서 “지구 암석에서 발견되는 이런 모습은 종종 지하에 사는 미생물이 화석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지구 암석에서 이러한 반점을 만드는 화학 반응이 미생물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퍼서비어런스는 2022년 암석이 발견된 지역에서 생명의 구성 요소로 간주하는 특정 유기물도 발견했다. 유기물은 탄소를 주축으로 해서 수소와 산소를 포함하는 다양한 화합물을 말한다. 그 밖에 질소와 인, 황도 들어갈 수 있다. 당시 나사는 유기물은 순전히 화학 반응으로도 생성되지만, 일부 유기물은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 된다는 점에서 채취한 시료가 과거 화성에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로버가 이번에 과거 화성에 살았던 미생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대의 폴 번(Paul Byrne) 교수는 “우리는 조심스럽게 열광하되 실용적으로 자제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이것은 물에 젖은 암석이 화학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생명체가 없었어도 이런 반점을 만들 방법은 있다. 생명체 없이 순수한 화학반응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또 과학자들은 한때 이 지역이 화산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휩쓸었다는 징후를 찾았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화성 시료 귀환 시기는 불투명
논란을 끝낼 가장 좋은 방법은 퍼서비어런스가 체야바 폭포 시료를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는 것이다. 이미 로버는 시료를 넣은 용기를 자체 보관함에 넣었다.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애초 나사는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토양과 암석 시료를 2033년까지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바로 나사와 유럽우주국(ESA)이 추진한 ‘화성 시료 귀환(Mars Sample Return·MSR)’ 프로젝트다. 2028년까지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시료를 수거해 2033년까지 지구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 2019년 화성의 흙과 돌 500g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총 70억 달러(약 9조 6696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화성 시료의 지구 귀환은 3단계로 진행된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흙과 돌 시료를 채취해 20g씩 원통 용기에 담는다. 용기는 일부는 로버 자체에 내장하고 일부는 땅에 숨겨둔다. 다음은 시료 회수 과정이다. 미국의 무인(無人) 탐사선이 화성에 내리고 여기서 유럽이 개발한 소형 로버가 나와 6개월에 걸쳐 시료가 담긴 원통들을 회수한다.
3단계는 시료를 화성 상공 300㎞ 궤도를 돌고 있는 지구 귀환용 우주선으로 보내는 과정이다. 무인 탐사선의 발사대로 길이 3m의 고체 연료 로켓을 쏘아 시료 용기를 화성 궤도로 올린다. 인류 최초로 지구 아닌 다른 천체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다. 우주선은 화성 궤도에서 시료 용기를 낚아채 지구로 돌아온다.
하지만 화성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려는 나사의 계획은 지난 1년여 동안 여러 차례 차질을 빚었다. 현재로선 화성 시료 귀환 프로젝트의 추진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 화성 시료 귀환 임무는 개발과 비용 면에서 큰 난관에 부딪혀 예정보다 수년이 늦어지고 수십억달러의 예산이 초과됐다. 로버 탐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학자들은 답답한 심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켄 팔리(Ken Farley) 교수는 나사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퍼서비어런스에 장착된 장비로 레이저와 엑스레이를 바위에 쏘면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각도에서 말 그대로 밤낮으로 이미지를 촬영했다”며 “과학적으로 인내심은 더 이상 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나사의 이번 발표는 화성 시료 귀환 프로젝트를 재개하기 위해 대중적 관심을 높이려고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엄청난 투자를 받으려면 화성 시료가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나사는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2022년에도 퍼서비어런스가 암석 표면을 갈아내고 자체 과학 장비인 셜록으로 분석했더니 황산염 광물과 방향족 유기물질들이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 빌 넬슨(Bill Nelson) 나사 국장은 “결론은 화성 시료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110억달러(15조 2295억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라면서도 “2040년까지 시료를 반환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나사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빨리 화성 시료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외부 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나사는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7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나사도 자체적으로 세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 자료
NASA(2022), https://www.nasa.gov/news-release/nasas-perseverance-rover-investigates-geologically-rich-mars-ter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