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수 연세대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고체 물질 속에서 '암흑 전자'의 존재를 규명했다. 전자 4개가 2개의 쌍을 이뤘을 때 간섭으로 인해 빛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전자가 된다./김근수

물리학계의 통념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한국 연구자의 손에서 나왔다.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고체 물질 속 ‘암흑 전자’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물리학계 난제를 해결할 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와 미국·영국·캐나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고체 물질 내부에서 빛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전자’의 존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암흑 상태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아 관측이 어려운 특성을 말한다. 암흑 상태의 물질은 자연 현상에는 큰 영향을 주면서도 관측할 수 없어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로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암흑 상태의 전자는 원자나 분자에 존재했다. 물리학자들은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 상태에서는 암흑 전자가 존재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연구진은 같은 종류의 원자 2개가 한 쌍으로 대칭을 이룰 때 발생하는 양자 간섭을 연구하던 중, 암흑 상태의 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진은 원자 한 쌍을 두 쌍으로 늘렸을 때 관측이 불가능한 암흑 상태의 전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가설을 세운 후 연구에 나섰다.

연구진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고온초전도체인 구리 산화물에서 지금까지 관측할 수 없던 암흑 전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방사광을 내도록 하는 장비다. 직접적으로 암흑 전자를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암흑 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데이터를 확인해 간접적으로 존재를 증명해냈다.

암흑 전자가 고체 물질 속에 존재하는 이유도 확인했다.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이루는 독특한 배열 덕분이다. 고체 물질은 원자들이 특정한 구조로 반복되는 구조를 이룬다. 이 때 같은 종류의 원자 4개가 두 쌍으로 대칭을 이루면 전자 사이의 간섭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어떤 조건으로도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상태의 전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보이지 않는 고체 속 암흑 전자를 인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존재를 모를 때 설명할 수 없었던 양자 현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푸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물리학’에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7-024-02586-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