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1급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 임명된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 /연합뉴스

정부가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인사를 우주항공청 고위직으로 영입하려고 본격적으로 나선 계기는 2022년 8월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NASA(미 항공우주국)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과학계에선 NASA 전·현직 인사들이 우주항공청장 후보로 오르내렸다. 다만 지난해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논의할 당시 “우주항공청장을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로 뽑으면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청장은 내국인이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대신 핵심 프로젝트를 실무 총괄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 NASA 출신을 적극 검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5월 윤영빈 서울대 교수가 초대 우주청장으로, 존 리 NASA 전 고문이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 지명됐다. 존 리 본부장은 우주수송·인공위성·우주과학탐사·항공혁신 등 우주항공청의 4개 부문을 지휘한다. 누리호의 뒤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비롯해 달 착륙과 심(深)우주 탐사 프로젝트 등 우주 관련 핵심 임무들이 모두 존 리 본부장 관할이다. 이처럼 우주항공청의 주요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1급이지만 급여는 우주항공청장(차관급)보다 1억원이나 많은 2억5000만원을 받는다.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존 리 본부장은 1992년부터 약 30년간 NASA에서 근무하며 우주개발 프로젝트 등을 조율한 관리자 출신이다. 백악관 근무 경력이 있고, 2021년 NASA에서 은퇴할 때는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 어드바이저를 지냈다.

‘한국판 NASA’를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이 존 리 본부장을 영입한 주요 배경도 그의 NASA 장기 근무 경력이 기관 협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다만 실질적인 우주 연구 경험이 있는 공학자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혔다.

업무 특성상 존 리 본부장은 해외 기관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주항공청의 소속 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은 NASA와 공동으로 태양 관측 장비인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를 개발했다. 지난 2일 미국 NASA에서 최종 점검을 마치고 오는 10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 예정이다. 항공우주연구원도 다누리에 탑재한 NASA 카메라로 달 탐사를 공동 진행하는 등 NASA와 우주항공청의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