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필요할 때만 뇌에 전기자극을 가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몸에 이식한 심장박동기가 필요할 때마다 심장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른 만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리나 오에른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 연구진은 “환자의 상태에 맞춘 ‘적응형 심부뇌자극술(DBS)’로 파킨슨병 증상을 절반가량 줄였다”고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밝혔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였던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근육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뇌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도 ‘떨림 마비’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고했다.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기 자극을 가하는 적응형 심부뇌자극으로 약물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부작용은 줄였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사용하는 약물은 도파민과 비슷한 약물을 사용하거나, 뇌에서 도파민이 되는 레보도파(Levodopa)가 대표적이다. 자금까지는 약물 치료로 뇌 활동이 정상화되더라도 전기 자극을 가해 과잉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뇌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환자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적절한 수준의 전기 자극을 가하도록 했다.

임상시험은 파킨슨병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차례대로 전극 이식 수술을 받고, 2023년 11월까지 일상생활을 하며 파킨슨병 증상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스스로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떨림이나 언어장애, 보행장애 등 6가지 항목을 평가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증상이 기존 심부뇌자극술을 사용했을 때 보다 평균적으로는 41.3%, 최대 53%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에른 교수는 “심부뇌자극술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대부분은 약물 요법과 병행해야 한다”며 “약물을 투여하면서 적절하게 전기 자극 치료를 하는 통합적인 치료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난 2월 적응형 심부뇌자극술 치료가 파킨슨병 환자들이 앓는 불면증에도 효과적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파킨슨병 환자가 불면증을 앓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이 역시도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수면 중 뇌 활동을 측정해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전기 자극 알고리즘을 찾아냈다. 실험 결과, 전기 자극이 불면증을 유발하는 뇌 활동을 최대 83%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를 이끈 필립 스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박사 후 연구원은 “적응형 심부뇌자극술은 파킨슨병뿐 아니라 우울증, 강박 장애 같은 정신 질환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196-z

Brain Stimulation(2023), DOI: https://doi.org/10.1016/j.brs.2023.08.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