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FDA 승인을 받은 한국 신약으로는 아홉 번째이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해 FDA 문턱을 넘은 첫 사례다.

유한양행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를 함께 투약하는 병용 요법이 FDA에서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小細胞肺癌)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70~80%를 차지한다. ‘구글의 대모’로 불리던 수전 워치츠키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도 비소세포폐암 투병 끝에 지난 10일 세상을 떠났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하루 80㎎씩 3알을 복용하는 렉라자와 주사약인 리브리반트의 병용 요법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인정받았다. J&J는 성명을 통해 “이번 FDA 허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단독 투약보다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킨 임상 3상 결과에 근거한 것”이라며 “비소세포폐암에서 최고의 치료법으로 독보적 위치에 선 것”이라고 했다. 환자가 질병의 진행 없이 생존한 ‘무진행 생존 기간’도 타그리소보다 7.17개월 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백형선

앞서 2015년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초기 물질을 도입해 개발하다가, 2018년 J&J에 12억5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렉라자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31호로 기록됐고, 올해 1월부터는 1차 치료제로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번 FDA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J&J에서 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받게 되고, 이와 별도로 제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도 지급받는다.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매년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