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유한양행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 신약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1999년 이래 지금까지 국산 신약이 37호까지 개발됐지만 항암 신약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해 출시까지 이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적의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은 자회사 얀센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정맥주사제와 유한양행 렉라자’ 병용요법이 FDA로부터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癌)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9일 세상을 떠난 수전 워치츠키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도 비소세포폐암으로 2년간 투병했다.

J&J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허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크리소(오시머티닙) 단독 요법보다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키고, 중간 지속 기간이 9개월 더 길다는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근거한다”며 “비소세포폐암에서 최고의 치료법을 찾으며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렉라자는 국산 신약 31호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했고, 유한양행이 2015년 기술을 도입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1월부터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도입한 지 3년 만인 2018년 얀센에 1조 6000억원 규모로 기술을 이전했다.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 개발 타임라인./유한양행

렉라자는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3세대 표적항암제로, 하루 80㎎씩 3알을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가 EGFR 변이다. 특히 아시아인 비흡연 환자에서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FDA는 지난 2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정했다. 우선심사제도는 심각한 질병의 치료에서 효과나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의약품의 승인 여부를 6개월 안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렉라자의 FDA 허가로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는다. 시판 후에는 최소 매출액 10% 이상의 로열티도 따로 지급된다. 얀센은 리브리반트를 근육에 투여하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해 렉라자와의 병용요법을 추가로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국산 항암제가 잇따라 FDA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한양행은 이날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FDA 허가가 승인심사를 앞둔 유럽과 중국, 일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지난해 6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은 뒤, 지난 1분기 처방액이 200억원에 달했다. 유한양행은 연내 처방액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렉라자의 FDA 승인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연구개발 투자의 유의미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승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전 세계 50위’ 제약사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