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뇌의 손상된 곳을 생생한 세포로 바꿔 질병을 치료하고 노화를 역전시키는 연구에 1000억원 이상 투입하며 본격 추진한다. 오래된 자동차라도 부품만 제때 바꿔주면 더 쓸 수 있는 것처럼 인간 뇌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복지부 산하 ARPA-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는 16일(현지 시각)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장 에베르 교수를 ‘뇌 조직 대체’ 연구를 이끌 프로그램 매니저(PM)로 선정했다. 에베르 교수는 치매로 손상되거나 늙은 뇌세포를 젊은 세포로 대체하는 수술법을 개발하는 데 1억1000만달러(약 1470억원)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뇌 조직 대체는 신장 이식이나 인공 관절 수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뇌가 손상됐다고 바꾸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에베르 교수는 뇌 조직 교체가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뤄지면 기억과 자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베르 교수는 지난해 동물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쥐 배아(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수술할 부위에 맞는 틀에서 키웠다. 쥐의 뇌에서 손상된 부분을 제거하고 그에 꼭 맞는 형태의 줄기세포 조직을 이식하자 2주 뒤 혈관이 생기고 신경세포가 나와 다른 곳까지 연결됐다. 이식한 뇌 부위에서 정상적으로 전기신호가 발생했으며 시각 자극에도 반응했다.

에베르 교수는 ARPA-H의 지원을 받아 영장류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뇌의 바깥에 있는 신피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곳은 감각과 추론, 기억 대부분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에베르 교수는 “아직 발달 중인 초기 뇌세포를 이식하면, 자라면서 성인의 뇌에 쉽게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식을 한 번에 하지 않고 조금씩 한다면 뇌가 적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