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한국 기업들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챗GPT 달리

미국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가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받아도 미국 시장에 들어가려면 오리지널 약품 대신 처방해도 무방한지 확인하는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했다. 이번에 이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필두로 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시밀러 약물 지침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처방할 수 있는 ‘인터체인저블(상호교환성) 바이오시밀러’로 지정되기 위해 추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는다.

미국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약물 허가뿐 아니라 인터체인저블 전용 임상시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약물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은 바이오시밀러의 약효에 집중한다면, 인터체인저블 임상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여한 환자가 바이오시밀러로 바꿔도 되는지 본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성능과 부작용을 비교했을 때 비슷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꼽힌다. 인터체인저블 허가를 받으려 추가 임상시험에 수백억원을 더 투입하기도 한다.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지정 제도는 미국에만 있다.

FDA의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지침 개정안은 관계 기관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FDA의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지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바이오시밀러가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해 환자들의 의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터체인저블 제도로 환자와 의료제공자(의사)가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를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오해하기도 했다”며 “개정이 확정될 경우 (미국 내) 약국 차원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쉽게 대체 처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 개수로 봤을 때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8종, 셀트리온이 5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FDA의 허가를 받은 한국 바이오 기업의 바이오시밀러 중 인터체인저블로 인정된 건 4종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와 휴미라(자가면역)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 루센티스(황반변성)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 아일리아(황반변셩)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가 전부다.

FDA가 허가한 전체 바이오시밀러 50여 개 중에서 인터체인저블 허가를 받은 제품은 13개 정도에 그친다. 이 제도가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제약사들 대부분이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오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로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허가를 받고도 추가로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 과정이 없어지면 시장 진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바이오시밀러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관련 기업들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