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중국의 우주발사체 창정(長征) 6A호가 굉음을 내며 솟구쳐 올랐다. 이 발사체에 실린 18개 인공위성은 중국이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천범성좌(千帆星座)’ 프로젝트의 선발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번을 시작으로 올해 총 108개 위성이 우주로 발사되고, 2025년 말까지는 648개로 늘어난다.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위안신 위성기술공사는 2030년까지 총 1만5000개 위성을 궤도로 올릴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의 별칭은 ‘G60 스타링크’다.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망 서비스인 ‘스타링크’에 대적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이 위성들을 활용한 중국 지역 통신망을 2025년까지 완성하고, 2030년에는 휴대전화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진출한다는 목표다.
◇혈관처럼 촘촘한 통신망 구축
지구 저궤도(고도 500~1500㎞) 위성통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저궤도 통신위성은 정지궤도(고도 3만6000㎞)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통신 위성보다 훨씬 지구에 가까워 고속 통신에 유리하고 신호 지연도 적다. 게다가 지상망이 닿지 않는 오지의 통신도 가능케 해 6G(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해상이나 공중까지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어 우리 인체 곳곳을 잇는 ‘혈관’에 비유된다. 저궤도 위성통신의 경제성과 파급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선도국인 미국을 잡겠다며 중국이 후발 주자로 나선 것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다. 머스크는 2015년 스타링크 계획을 발표하고 위성 개발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모든 사람에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위성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저궤도 위성은 고속 통신에 유리하지만, 높이가 낮기 때문에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범위가 적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스크는 수천 대 이상의 위성군(群)이 함께 돌아가며 신호를 주고받도록 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2019년 첫 발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000개가 넘는 위성을 고도 550㎞ 궤도로 올려 보냈다. 2027년까지 위성을 4만200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타링크의 수익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의 저궤도 선점을 견제하는 중국
중국이 저궤도 위성통신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군사적 중요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스타링크는 실제 전쟁에서 군사용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휴대전화 통신망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파괴하자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 단말기를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군의 통신망은 살아났고,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 스페이스X는 미국 정부와 2조원대 계약을 체결해 스파이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타링크 위성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타링크의 군사적 이용에 대해 우려하는 중국은 자국의 군집 위성은 언제든 군사용으로 쓸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 스타링크가 지구 저궤도를 모두 선점하는 것을 저지한다는 의도다.
한국은 아직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하지 못했다.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약 3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해, 지상국과 단말국까지 포함된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시범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주 쓰레기 문제도 커져
각국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우주 쓰레기 문제도 커지고 있다. 위성 수 자체가 급증해 위성이나 발사체의 잔해인 우주쓰레기가 늘어나고, 그로 인한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이번 발사에서 창정6A에서 700개 이상의 우주 파편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8월 기준 정기적으로 추적되고 있는 우주 물체는 3만5800개이고, 지름 10㎝가 넘는 우주 쓰레기는 4만개에 달한다. 우주산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지구 저궤도에 통신용 군집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위성 간 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한 기술과 국가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