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를 만드는 대장균을 키우는 장치./셀(Cell)

국내 연구진이 석유 대신 미생물을 사용해 열에 강한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산업을 미생물로 대체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연구진은 미생물로 고리형 구조를 포함한 고분자를 만드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게재됐다.

포장 또는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폴리스타이렌, PET와 같은 플라스틱은 탄소로 이뤄진 고리 구조를 포함한다. 고리 구조를 포함한 고분자는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하고, 열 안정성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분자들은 독성을 띠어 미생물로 합성할 수 없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미생물로는 대장균을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장균이 고분자의 구성 요소를 만들어 축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대사 경로를 구축했다. 미생물이 고분자를 이루는 단위체를 만들고, 이를 조립해 고분자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고분자를 만들 수 있는 효소를 설계했다. 이상엽 교수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어떤 효소보다도 효율적으로 고분자를 합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얻어진 플라스틱은 생분해성을 가지고 있었다. 약물 전달체와 같은 생물의학적 응용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대사 경로와 효소를 최적화해 1L(리터)당 12.3g의 고분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생산량을 1L당 100g으로 늘리고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상엽 교수는 미생물을 이용한 합성 생물학의 권위자다. 이 교수는 “미생물을 이용한 제조가 기후 변화와 글로벌 플라스틱 위기를 완화하는 데 핵심이 될 거라 본다”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해야 미래에 더 나은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Trends in Biotech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j.tibtech.2024.0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