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반도체 대신 DNA를 이용해 데이터 저장은 물론이고 컴퓨팅(연산) 능력도 선보인 기술이 처음으로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존스홉킨스대 공동 연구팀은 ‘덴드리콜로이드’라는 고분자 구조와 DNA로 만든 장치로 데이터를 저장·삭제·연산 등을 반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최신호에 밝혔다. DNA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은 이전에 개발됐지만, 저장과 연산, 검색까지 선보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숫자 0과 1의 조합으로 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현재 0과 1로 된 디지털 신호는 반도체가 만든다. 미래 기술인 ‘DNA 컴퓨터’는 DNA의 4가지 염기 서열인 아데닌(A)·구아닌(G)·사이토신(C)·티민(T)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번에 미국 연구팀은 DNA의 4가지 염기 서열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노(1억분의 1)m 규모까지 갈라지는 나노 섬유 구조 입자에 DNA를 더해 저장 및 연산 체계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아주 초기 형태의 DNA 저장 및 컴퓨팅 구현에 성공한 것”이라며 “연필 지우개 크기의 DNA 저장 연산 장치에 노트북 컴퓨터 1000대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간단한 스도쿠(숫자 퍼즐) 문제도 풀 수 있다”고 했다.

DNA 컴퓨터는 저장 능력이 뛰어나고 에너지 소비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DNA 컴퓨터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전자식 범용 컴퓨터 에니악(ENIAC)의 등장에 비유했다. 반면 실용화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영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DNA 컴퓨터는 계산이나 저장 속도 등이 느려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소모가 적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장기간 저장하는 백업을 하는 등 용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