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특히 분야별로 중점이 되는 플래그십(대표) 프로젝트를 선정, 2033년까지 3조원 이상을 들여 차세대 이차전지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불투명한 경제성 때문에 유보됐던 양자 컴퓨터 등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추진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확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에 관한 예산과 구체적 사업 내용을 확정한 것이다. 이 계획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추진된다.

정부가 선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양자 등이다. 올해 안에 이 분야들에 예산을 5조원가량 투입한다. 이를 포함해 5년간 30조원 이상이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이 가운데 AI·반도체와 첨단 바이오, 양자 산업을 3대 게임 체인저 분야로 선정해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1차 계획에선 사업화가 가능한 신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며 “구체적인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함으로써 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5년 동안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15개 신규 배출이 정부의 목표다.

그래픽=박상훈

정부가 26일 발표한 ‘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 계획’의 목표는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의 뒤를 이을 새로운 산업군을 발굴하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등장 등 산업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정부는 우선 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기존 시장의 흐름을 뒤집는 요소)’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G3) 도약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 분야는 선진국과 국내의 기술 격차가 크다.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에 내년 한 해에만 예산을 약 3조4000억원 투입한다. AI 반도체 1조2000억원, 첨단 바이오 2조1000억원, 양자 1700억원이다. 이를 통해 세계 1위 기술력도 현재 3개(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통신)에서 6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와 이차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 1위를 수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략기술의 산업화에 방점을 찍는 만큼, 산학연 연계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우선 정부가 선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연구·사업화를 주도할 특화 연구소 등 혁신 거점 100곳을 발굴·지원한다. ‘100대 혁신 거점’에는 대학과 연구소 등 특화 연구소와 인재를 양성할 특화 교육 기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 기술 혁신 허브 등이 포함된다. 선정된 대학 혁신 연구 센터에는 10년간 연 50억원 규모의 지원이 예정돼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초격차 대한민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12대 국가전략기술 고도화를 통한 과학기술 주권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과 기술 안보 역량에 있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정책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