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새로 출시한 젭바운드 단일 바이알 제품./일라이 릴리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절반 가까이 낮춘 가격으로 맞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을 낮춰 금전적인 이유로 비만 치료제 투약을 꺼리는 환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주사액을 담는 용기도 단순한 형태로 변해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일라이 릴리는 기존보다 절반 정도 가격을 낮춘 의료보험 적용 제외 젭바운드 제품을 출시한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제품은 약물이 펜 형태의 일체형 주사기에 미리 들어가지 않고 일반 주사제처럼 보관 용기인 바이알에 담긴다. 그만큼 생산이 쉽고 가격이 떨어졌다.

젭바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유사체를 사용하는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나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원래는 마운자로라는 당뇨병 치료제로 나왔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밝혀져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

비만 치료제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매출액은 2028년 480억3000만달러(약 6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66억8000만달러(약 9조원)보다 7.19배 늘어난 수준이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GLP-1 계열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장악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바이알 제형으로 젭바운드 공급과 가격 문제를 해결하면서, 위고비보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젭바운드와 위고비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의 용량은 2.5㎎과 5㎎이다. 가격은 한 달 투약 기준 2.5㎎은 399달러(53만원), 5㎎은 549달러(73만원)로 책정됐다. 젭바운드 기존 가격이 월 650달러(86만원)인 데 비해 가격이 최대 38.1% 떨어졌다. 대신 원래 제품은 주 1회만 투약하면 됐지만, 바이알에 담긴 제품은 하루에 한 병씩 4주 동안 주사해야 한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일라이 릴리

젭바운드 제형을 펜 형태의 일체형 주사기에서 단일 바이알로 바꾸면서 공급난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는 비만 치료제 인기가 오르면서 지난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 공급 현황에서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품목(Limited Availability)’으로 보고됐다.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 목적으로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공급난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는 원격 의료 서비스 ‘릴리 다이렉트(Lilly Direct)’를 통해 환자에게 직접 젭바운드 바이알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 모조품이나 불법적인 약물을 유통하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적법하게 처방받은 환자에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또 교육 자료도 함께 배포해 약물을 올바르게 투여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패트릭 존슨(Patrik Jonsson) 일라이 릴리 부사장은 “비만은 심각한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젭바운드 같은 약물에 대한 보험 적용 범위가 좁다”며 “새로 출시한 제품은 현재 비만 치료를 보장하지 않는 보험이나 (비만 치료에) 스스로 비용을 낼 의사가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