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부산대 교수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 참석해 "동해 울릉 분지는 가이아나-수리남 분지, 레반트 분지와 구조적으로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이병철 기자

동해 울릉분지가 화석연료가 풍부한 것으로 유명한 대서양 가이아나-수리남 분지, 이스라엘 레반트 분지와 지질학적으로 닮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들 분지는 2010년대 이후 화석연료 생산량 증가에 크게 기여한 곳이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지질과학총회는 4년마다 열리는 지질학 분야의 국제 학술대회다. 올림픽과 열리는 주기가 같아 ‘지질 올림픽’이라 불린다. 부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121개국 지질학자 7000여명이 참가했다. 한국석유공사 주관으로 열린 이번 특별세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왕고래 유망구조’ 탐사 시추에 필요한 기술 연구 성과와 국제 트렌드를 공유했다.

대왕고래 지역은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지역으로, 구체적인 위치는 보안사항이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수심 1219m 아래 심해에 있다. 유망구조는 석유나 가스 같은 화석연료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지질학적 구조를 말한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비롯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심해 시추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울릉분지는 대표적인 비활성 경계부(Passive Margin)에 속하는 지형이다. 비활성 경계부는 지각 활동이나 화산활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퇴적물이 축적되기 좋은 환경이다.

김 교수는 “비활성 경계부는 석유 탐사 초기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기술이 발전하고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지면서 최근 주목 받고 있다”며 “2010년대 이후 가이아나-수리남 분지와 레반트 분지 개발이 이뤄져 석유와 가스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들 분지는 대표적인 비활성 경계부 지형이다. 가이아나-수리남 분지의 석유 매장량은 수억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레반트 분지를 개발해 자국 전체 발전량의 50%를 이곳에서 시추한 천연 가스로 사용 중이다.

김 교수는 “가이아나-수리남 분지와 레반트 분지 모두 지층 역전 현상이 일어난 시기에 만들어졌다”며 “이 때 퇴적암층이 바다로 아주 빠르게 흘러가면서 퇴적물이 분지 깊은 곳에 쌓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해 울릉분지가 이들 분지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만큼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또한 “대왕고래 유망구조가 있는 울릉분지 남쪽은 비활성 경계부에 속해 개발이 쉽고, 화석 연료가 만들어질 수 있는 ‘층서학 트랩’이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울릉분지에는 석유와 가스가 내부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있을 것”이라며 “석유 탐사시 울릉분지 남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