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개발한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섬유는 우주복(왼쪽)이나 전자제품(오른쪽)에 사용해 우주 방사선을 막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우주인의 건강을 지키고 전자제품의 오작동을 막을 수 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우주 환경에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우주 방사선을 막을 섬유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와 유전자를 파괴하는 중성자를 포획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김대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우주 방사선 속 중성자를 효과적으로 막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복합 섬유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우주 방사선은 우주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을 말한다. 초신성 폭발 같은 천문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간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주 방사선 속 고에너지 입자는 인체 세포를 파괴하거나 유전 정보를 담은 디옥시리보핵산(DNA)의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인간의 우주 진출이 다시 시작되는 가운데 우주 방사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1차원(D) 물질인 BNNT와 아라미드 고분자 복합 물질을 이용해 우주 방사선을 막는 섬유를 개발했다. 두 물질은 일반적으로는 섞이기 어려우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 복합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BNNT는 탄소나노튜브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내부에 붕소(B)를 포함하고 있어 중성자 흡수력이 우수하다. 탄소나노튜브에 비해 중성자 흡수율이 20만 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BNNT 복합 섬유를 사용해 우주인을 위한 방사선 차폐 옷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인뿐 아니라 방사선 노출이 많은 승무원, 의료계 종사자, 발전소 근로자를 위한 안전복 제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열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국방용, 소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능성 섬유를 옷 형태로 사용하면 중성자 노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며 “한국이 우주와 국방 분야에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파이버 머티리얼즈’에 지난 6월 3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Fiber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7/s42765-024-00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