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내부로 쏟아지는 적혈구. 양쪽이 오목하고 핵이 없으며, 내부에 산소와 결합하는 헤모글로빈이 들어 있다. 탄력이 좋아 좁은 혈관도 잘 빠져나간다./위키미디어

국내 연구진이 돼지 혈액을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에게 수혈해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강희정·노주혜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이 이 같은 실험으로 세계 처음으로 영장류 대상 이종수혈 효과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인간 적혈구를 동물 혈액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전 세계에서 겪고 있는 혈액 부족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황정호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팀, 바이오 기업 옵티팜과 함께 돼지 적혈구를 비인간 영장류에게 투여하는 이종수혈 실험을 진행했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인 요소들이 사람과 유사해 최근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WT)와, 인간 혈액과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TKO)의 혈액을 임상용 적혈구 제제로 만들었다.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로부터 혈액을 약 25%씩 뺀 다음, 각각 WT 돼지 적혈구와 TKO 돼지 적혈구를 넣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모두 수혈한 첫째 날 적혈구 수와 헤마토크리트, 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TKO 돼지 적혈구를 주입한 원숭이들은 WT 돼지 적혈구를 주입한 원숭이들에 비해 전신적인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적혈구는 수혈한 지 24시간 이내 사라졌다. 강력한 항체 반응 같은 부작용도 발견됐다.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은 수혈 후 24시간까지 혈액학적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켰다”며 “그 이후엔 생체 반응으로 인해 효과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적인 혈액학적 이점을 입증했지만, 이종수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체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 억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수혈을 임상 적용하기 위한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면역학회지’ 6월 27일자에 실렸다.

강희정(왼쪽)·노주혜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참고 자료

Frontiers in Immunology(2024), DOI: https://doi.org/10.3389/fimmu.2024.1418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