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홈페이지 리보세라닙 관련 이미지./HLB

HLB가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한 리보세라닙(제품명 툴베지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재심사 절차에 돌입한다. 앞서 HLB는 한 차례 리보세라닙 FDA 승인이 불발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코스피 이전상장도 연기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효능과 안전성은 이미 입증된 만큼, 간암 치료제 허가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LB는 오는 20일까지 FDA에 리보세라닙의 간암 1차 치료제 허가 관련 서류를 제출한다. HLB는 지난 7월 FDA와의 타입A 회의에서 허가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재심사 서류를 제출하길 강력히 권고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타입A 회의는 임상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을 다룬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 허가를 받는다. 리보세라닙은 표적항암제로, 혈관 속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억제해 암이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세포 사멸 수용체-1(PD-1)를 저해하는 면역항암제다.

HLB는 지난 5월 FDA로부터 리보세라닙에 대한 보완요청서한(CRL)을 받았다.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제조공정(CMC)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임상시험 현장 실사(BIMO Inspection)가 문제가 됐다. 앞서 FDA는 중국 항서제약의 공장을 실사한 뒤 캄렐리주맙 공장 설비에 일부 미비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상시험이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양국 간 전쟁으로 실사하지 못한 것이다.

HLB 관계자는 “CMC 문제는 항서제약이 FDA와 소통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모두 개선한 상황”이라며 “FDA에서도 보완요구와 관련해 더 이상 회신이 오지 않고 있어 서류 제출 전 해결할 문제는 모두 마무리가 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입A 회의에서도 FDA에서 추가로 제출할 보완 서류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리보세라닙은 임상시험 결과, 현재 간암 1차 표준치료제인 독일 바이엘의 소라페닙(제품명 넥사바)보다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라페닙은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15.2개월이지만,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은 22.1개월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이후 추가로 진행한 분석에선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3.8개월로 나왔다. 간암 치료제 중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0개월을 넘은 건 리보세라닙이 처음이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이번 재심사를 두고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HLB 관계자는 “지난 5월 17일 FDA로부터 보완요청서한을 받았는데, 전날까지만 해도 FDA와 약물에 대한 설명을 넣는 라벨링 작업을 했다”며 “치료제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으니 재신청을 하면 허가가 빨리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癌 )치료제 레이저티닙(상품명 렉라자)이 미국 존슨앤존슨(J&J)에 이전된 것과 다르게, HLB는 리보세라닙에 대한 권리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HLB는 2020년 미국 어드벤첸연구소로부터 리보세라닙의 물질 특허를 인수했다.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전용실시권과 판권은 100% 자회사인 엘레바테라퓨틱스가 가지고 있어 관련 매출이 HLB로 연결된다. 캄렐리주맙의 글로벌 판권도 간암에 한해 항서제약으로부터 사들였다.

리보세라닙에 대한 FDA 승인 결과는 이르면 11월, 늦어도 내년 3월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FDA는 재심사 서류를 접수한 뒤 ‘클래스1′은 최대 2개월, ‘클래스2′는 최대 6개월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HLB는 FDA에서 재심사를 강력히 권고한 만큼, 리보세라닙 승인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LB가 FDA 승인에 속도를 올리면서, 리보세라닙 관련 연구결과도 대거 공개된다. HLB와 자회사 엘레바, 파트너사 항서제약은 오는 13~17일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모두 9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세계폐암학회(WCLC)에서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비소세포폐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놔 적응증 확대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