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6월 월성 4호기(사진 맨 오른쪽)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냉각수 누설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냉각수와 기기냉각해수를 차단하는 가스켓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뉴스1

지난 6월 월성 원전 4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냉각수 누설 사고의 원인이 밝혀졌다. 냉각수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열교환기 부품 중 하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탓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선적으로 저장조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수를 사용하지 않는 냉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열린 제200회 원안위 회의에서 월성 4호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냉각수 누설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6월 22일 월성 4호기의 계획예방정비를 하면서 전력 설비 점검을 위해 라인 교체 운전을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가 아닌 다른 저장조로 냉각 시스템을 옮긴 후 정비를 하던 중 교체한 저장조에서 냉각수의 수위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한수원은 냉각수가 바다로 흘러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2번에 걸친 해수 조사를 한 후 원안위에 사고 발생을 신고했다.

원안위는 당시 사건으로 누설된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냉각수는 2.45t이라고 발표했다. 냉각수는 기기냉각해수 1만8956t과 혼합돼 바다로 배출됐다. 해수가 배출되는 배수구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L당 691베크렐(㏃·방사능 단위) 농도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은 1초에 방사선이 하나 나오는 양이다. 세슘, 코발트에서 방출되는 베타·감마 핵종은 농도는 L당 0.0149㏃로 확인됐다.

총 배출량 평가 결과는 삼중수소 13G㏃(기가베크렐·1G㏃는 10억㏃), 베타·감마핵종 0.283M㏃(메가베크렐·1M㏃은 1100만㏃) 확인됐다. 이는 일반인에 대한 방사선선 피폭 안전 기준인 선량 한도 대비 0.000039%에 불과한 수준이다.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서 냉각수와 기기냉각해수를 차단하는 가스켓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냉각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장기적으로 해수를 사용하지 않는 냉각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는 보고를 받은 즉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를 파견해 방사선 영향 평가와 더불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사고 원인은 열교환기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수와 기기를 냉각하는 해수 사이를 차단하는 가스켓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탓으로 드러났다. 열교환기는 냉각수와 기기냉각해수 사이에서 열교환 방식으로 온도를 유지하는 장치다. 냉각수와 기기냉각해수는 직접적으로 닿지 않고 열만 교환하면서 방사능 유출은 막고 온도만 유지할 수 있다.

조사 결과, 가스켓은 2022년 4월 이뤄진 정비에서 교체됐다. 하지만 가스켓이 제대로 부착되지 않아 교체운전 중 발생한 압력 차이에 의해 사이가 벌어졌고, 그 틈을 통해 냉각수와 해수가 섞여 바다로 들어갔다.

원안위는 이번 사고 발생 이후 월성 원전 2~4호기의 열교환기 전체를 분해 점검해 가스켓의 상태를 파악했다. 다른 원전에서는 별다른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원안위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우선 가스켓 설치 방식을 바꾸고 열교환기 내부에서 냉각수와 해수의 압력 조정을 통해 누출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냉각수 수위 감시 시스템도 보완해 사고 발생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해수 배출구의 방사선 감시기와 자동차단밸브를 2026년까지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원안위는 원전 냉각 설비를 해수 냉각 대신 냉각탑이나 냉동기를 이용하는 독립냉각 방식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임시우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해수를 사용후 핵연료의 열 제거원으로 사용하다 보니 사고 발생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가는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으로 기존 해수 냉각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는 독립 냉각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