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가 소아 당뇨병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약은 원래 각각 오젬픽,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제2형 성인 당뇨병 치료제로 나왔다가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돼 비만약으로 발전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가 제2형뿐 아니라 제1형 당뇨병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2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에서 발표했다.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가 되지만 인체가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로 주로 성인이 걸린다. 1형은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거나 아주 적은 소아 당뇨병이다. 소아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가 만든 젭바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로 만든 비만 치료제다. 이들 약은 GLP-1을 모방해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여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연구진은 1년간 위고비 또는 젭바운드를 투여해온 과체중 또는 비만인 제1형 당뇨병 환자 100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을 두 약물 모두 투여하지 않은 환자 50명과 비교했다. 세 그룹은 모두 인슐린펌프를 달고 있거나 인슐린주사를 투여하고 있었다.
비교 결과 제1형 당뇨병 환자가 위고비 또는 젭바운드를 투여할 경우 체중 감량 효과와 혈당 조절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체중이 5% 이상 줄어든 비율은 위고비군에서 77%, 젭바운드군에서 93%나 됐다. 인슐린 치료만 받은 대조군은 14%에 그쳤다. 체중이 10% 이상 줄어든 비율은 위고비군 47%, 젭바운드군 87%나 됐다. 대조군에서는 체중을 10% 이상 감량한 사람이 없었다. 인슐린펌프를 단 사람이나 인슐린 주사를 맞은 사람이나 결과는 비슷했다.
특히 젭바운드를 투여한 군은 체중을 평균 21.4% 감량해 위고비를 투여한 군(평균 9.1%)보다 2배 이상 감량 효과를 보였다. 대조군은 체중이 오히려 0.4% 늘었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젭바운드 군에서 평균 7.5 줄었고, 위고비 군은 평균 3 감소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투여군은 1년 동안 당뇨병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중증 저혈당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젭바운드 군은 투여하는 인슐린 양을 줄일 수 있었다. 인슐린을 비교적 적게 맞고도 혈당 조절이 가능한 셈이다.
재닛 스넬버전(Janet Snell-Bergeon) 콜로라도대 앤슈츠의대 연구책임자는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으로만 치료하므로 대부분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라며 “이 때문에 인슐린 저항으로 이어져 오히려 혈당 조절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므로 위고비와 젭바운드 같은 약물이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특히 유리할 수 있다”며 “체중을 줄이고 혈당 수치를 조절할 뿐 아니라 심장병과 망막 질환 등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