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 우주선이 충돌하기 직전에 전체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힌 디모르포스 소행성. 다트에서 68km 거리에서 찍은 것이다./NASA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아마겟돈’은 지구를 향해 오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소행성 내부에 핵폭탄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방법은 다르지만 핵폭발을 통해 소행성의 이동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핵폭발로 방출되는 막대한 양의 X선을 통해 소행성의 표면을 기체화함으로써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모의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물리학’에 23일 게재됐다.

미 정부는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한 전략을 연구해 왔다. 202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다트(DART)’ 프로젝트로 무인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준비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번 연구팀은 핵폭발에 주목했다. 핵폭발에서 발생하는 X선의 위력이 소행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진공 상태에서 12㎜ 크기의 소행성 모형 2개를 향해 강력한 X선을 발사했다. 약 80조 와트의 전기가 1000억분의 1초 동안 기계를 통해 흐르고, 강력한 전기가 아르곤 가스를 압축해 X선을 방출하는 식이다. 소행성 모형은 규소 화합물인 석영과 용융 실리카 성분으로 이뤄졌다.

2000만분의 1초 동안 진행된 실험에서, 소행성 모형에 X선을 보내자 소행성 모형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석영 모형은 초당 69.5m, 실리카 모형은 초당 70.3m 가속됐다. X선이 소행성 표면을 가열시켜 가스가 표면에서 확장되면서 추력을 생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지름 약 4㎞에 달하는 소행성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물리적 충돌 방식은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다”며 “핵폭발의 X선은 충돌까지의 경로가 짧아서 소행성을 막는 임무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