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여러 암 유형을 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AI는 1500만개의 종양 이미지와 6만개의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로 훈련해 19종의 암을 진단해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AI가 19종의 암을 94%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고, 특히 식도·위·대장·전립선 종양에 대해서는 96%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진단 AI의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 AI 기업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질병을 AI 기반으로 진단하는 신기술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뇌졸중부터 치매까지 진단 범위 확대
뷰노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진단하는 AI 설루션 ‘딥브레인’을 개발했다. 딥브레인은 지난해 10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증을 획득하고 올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에 돌입했다.
딥노이드는 지난해 뇌 자기공명 혈관 조영술(MRA) 의료 영상을 분석해 뇌동맥류 검출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AI 진단 설루션 ‘딥뉴로’를 출시했다. 딥뉴로는 33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영상의학 전공의보다 66분, 영상의학 전문의보다는 60분 더 빠르게 MRA 영상을 판독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골든 타임 확보에 한층 유리해 응급실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응급실 환경에서 유효성이 높은 폐색전증 검출 AI ‘에이뷰 피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혁신 의료 기기로 지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기존의 진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메디웨일은 망막 촬영 후 AI를 활용해 1분 안에 심혈관 질환 발생을 예측하는 ‘닥터눈 CVD’를 내놓았다. 이는 기존의 심장 컴퓨터 단층촬영(CT) 기반의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와 유사한 예측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도 AI 진단 개발에 도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개발에 참여한 에이아이씨유는 대변 사진 1장으로 염증성 장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를 선보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 의학 사업 추진단은 음성 기반 경도인지 장애·치매 분류 AI를 최근 개발했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MRI를 기반으로 슬개골 대퇴부의 위험 요인을 예측하는 AI 분석 기법을 내놓았다.
◇‘최대 의료 시장’ 미국 공략 박차
선도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루닛과 딥바이오는 로슈진단과 AI 설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로슈진단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 로슈의 진단사업부다. 로슈진단의 ‘네비파이 디지털 병리’(이하 네비파이)’ 플랫폼에 루닛의 AI 병리 분석 설루션 ‘루닛 스코프 PD-L1′과, 딥바이오의 AI 전립선암 진단 플랫폼 ‘딥디엑스 프로스테이트’가 탑재된다. 네비파이는 병리 분야 의사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등의 현지 대학 병원을 거점으로 자사 뇌졸중 진단 AI를 진출시킨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진단 소프트웨어 3종에 대해 FDA 인허가 신청을 진행 중이고, 연내 또 다른 3종의 인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뷰노는 심정지 예측 AI ‘딥카스’에 대한 연내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보고서에서 국내 AI 진단 기업들에 대해 “최소 10배 이상의 수가와 넓은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의 대표적 의료 AI 업체들은 FDA 인증 등 준비를 대부분 완료했고 향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