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유한양행 본사의 모습. 유한양행 측은 제2, 제3의 ‘렉라자’ 발굴을 위해 R&D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은 지난 11일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 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한 표적 항암제 ‘레이저티닙(한국 제품명 렉라자)’에 대한 상업화 기술료 6000만달러(약 804억원)를 수령한다고 밝혔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가 최근 미국에서의 첫 환자 투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50대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한 유한양행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렉라자의 안정적인 글로벌 시장 진입이 기대된다. 지난 5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기존 제형으로는 4~5시간 걸리던 투여 시간을 SC 제형으로 변경해 5분으로 단축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SC 제형은 피부 아래 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SC 제형에 대한 허가가 나면 편의성이 크게 높아져 미국 시장 조기 안착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J&J는 리브리반트에 대한 SC제형 허가 신청을 FDA에 제출했고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2025년 2월 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렉라자는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중국에서도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희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산 항암제 최초 미국 시판 허가를 받은 기념비적 사례”라고 평가하며 “8조원 규모 시장을 목표로 하는 K블록버스터 항암제 출시와 이로부터 창출되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향후 인수합병(M&A)과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제2, 제3의 렉라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렉라자 등으로 나오는 이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2024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AAAAI) 연례 회의에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35324의 임상 1a상 파트B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기술 도입한 YH35324는 항 면역글로불린 E1(Anti-IgE) 계열 신약으로, 알래르기 증상을 개선한다. YH35324는 임상 1a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IgE 억제 활성을 보였다. 경쟁 약물이라 할 수 있는 기존 치료제 오말리주맙이 2023년 기준 연 21억7600만 스위스프랑(약 3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YH35324는 현재 반복 투여 시의 안전성·약동학·약력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은 면역 항암제(YH32367)다. YH32367은 HER2 발현 고형암 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2018년 국내 에이비엘바이오에서 도입했다. 종양 내 HER2를 매개로 T세포와 NK세포의 4-1BB 활성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항암 면역을 증가시키는 HER2와 4-1BB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기전이다. YH32367은 현재 한국과 호주에서 항암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유방암, 위암, 담도암 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김열홍 R&D 총괄 사장은 올해 초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른 시일 내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글로벌 마켓에 론칭하여 글로벌 50위의 제약사로 도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