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권혜인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개념 비만 신약에 대한 연구 결과를 오는 11월 미국 비만학회에서 발표한다. 체중 감량 때 근육 손실(감량 체중의 최대 40%)을 동반하는 기존 비만 치료제와 달리 한미약품의 비만 신약은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 효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 가운데,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비만 신약의 비임상 연구 결과 공개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배경이다.

◇비만 신약 프로젝트 ‘H.O.P’

한미약품은 작년 9월 본격 가동한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의 임상 및 비임상 개발이 순항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H.O.P는 비만 치료의 각 주기에 최적화된 다양한 ‘맞춤형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한미약품의 비만 신약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비공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 온 ‘신개념 비만 치료제’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체중 감량 때 근육 손실을 수반하는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인크레틴’과는 다른 작용 기전으로 체중 감량 효능을 거두면서 근육은 증가시키는 효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인크레틴의 대표적 종류로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가 있다. 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비만 신약은 인크레틴과 병용할 수 있고, 단독 요법으로도 체중 감량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미국비만학회가 주관하는 오는 11월 ‘ObesityWeek’ 행사에서 비만 신약 후보 물질 ‘HM15275′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처음 공개돼 큰 주목을 받은 HM15275는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목표로 한다. GLP-1, GIP, 글루카곤 등 세 가지 수용체 각각의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했고,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미약품은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025년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융합 디지털 의료 기기 개발

H.O.P 프로젝트에서 처음 임상을 시작한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는 현재 국내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의 약물들과 분명한 차별점을 지니고 있고,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최초의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치료 신약”이라고 밝혔다. 임상 종료는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고, 이르면 2027년 출시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를 통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또 비만 예방과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비만 환자 라이프스타일 교정 관련 제품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의 한국인 맞춤 GLP-1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디지털 의료 기기’를 융합해 비만 치료 영역에서 국내 최초로 융합 의약품을 개발해 효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한 연구와 노하우 측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며 “한국 제약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최초의 비만 신약이 신속하게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에 다수의 글로벌 학회를 통해 비만·대사 파이프라인 외에도 희소 질환과 항암 등 주요 질환 관련 혁신 과제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발표가 예정된 연구 과제는 총 13개로,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미약품연구센터 전경.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최인영 R&D(연구·개발)센터장은 “올해 하반기는 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이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미국비만학회에서 처음 공개될 신개념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은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