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원생과 흔히 ‘포닥(post doctor)’이라고 부르는 박사 후 연구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과학기술인의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선 학령 인구 감소와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되자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차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인재 성장·발전 전략’을 밝혔다. 정부는 먼저 대학원생의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이공계 석사과정생은 월 80만원, 박사과정생은 월 110만원의 연구생활장려금(스타이펜드)을 보장받는다. 학교나 연구실로부터 인건비를 받고, 기준 금액보다 적으면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석사과정생 중 1000명을 뽑아 연 500만원을 지급하는 ‘석사 특화 장학금’도 신설된다. 기존의 국가장학금, 대통령 과학장학금, BK21과 연구장려금은 지원 규모가 늘어난다.

해외의 최고급 이공계 인재 1000명을 유치하기 위한 ‘K-테크 패스’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글로벌 100대 공대의 석·박사 출신의 수석 엔지니어급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비자 혜택을 주는 것이다. 대상자는 입국 후 1년이 지나면 장기 체류와 자유로운 이직이 가능한 F-2 비자로의 전환이 허용된다. 배우자·자녀뿐 아니라 부모와 가사도우미도 동반 입국할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병역과 육아로 연구를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지원책이 시행된다. ‘사이버전문사관’ 제도를 신설해 올해부터 매년 정보보호특성화 대학 5곳에서 재학생 10명을 장교로 선발해 사이버 작전 관련 부대에서 복무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게 한다. 군 복무 기간 동안 국방과학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는 과학기술전문사관도 내년부터 학사에서 석사까지 확대해 매년 25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육아기 연구자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과학기술 인재들의 일자리 역시 늘린다. 대다수 이공계 연구자들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대학·연구기관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치지만, 이들의 지위가 법률에는 명시되지 않아 처우 개선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었다. 정부는 고등교육법에 박사 후 연구원의 역할과 자격 등을 명시하고, 2034년까지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과 대학 연구소에 2900명 규모로 박사 후 연구원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공계로 인재 유입을 늘리는 방안이 시행된다. 과학기술 인재를 교육하는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 입학생 선발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현재 57개인 마이스터고는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해 2027년 65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정원 확대도 검토한다. 또 세계적 연구자를 키워내기 위해 이공계 연구자에 대한 글로벌 연수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올해 1496명이던 글로벌 연수 인원을 2030년까지 4000명으로 늘리고, 지원 금액도 1014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공계 연구자의 실질 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학·연구소의 임금 실태 조사를 통해 타 직군과 비교해 합리적 보상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20% 초반대인 연구·개발(R&D) 사업의 인건비 비율을 30% 수준까지 개선해, 연구자들의 보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의 정년 연장에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우수한 연구자의 경우 정년 이후에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