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이달 중 한국에 출시된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4월 비만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지 1년 6개월 만이다. 제약사가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하는 가격은 37만원대(4주 투약 기준)로 책정됐고, 유통 마진과 진료비 등을 포함해 환자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8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제약 업계는 위고비 출시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등 유명 인사들이 위고비로 체중을 줄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그래픽=김현국

◇비만 진단받아야 처방. 보험 비적용

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를 국내 출시하는 유통사는 15일부터 병의원과 약국 주문을 접수한다. 실제 환자에 대한 처방은 이달 하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약은 펜처럼 생긴 주사제 방식으로 주 1회 투약하며 0.25㎎, 0.5㎎, 1.0㎎, 1.7㎎, 2.4㎎ 등 용량별로 5가지 제품이 있다. 적은 양부터 투약을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위고비의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원이고, 비만 치료제는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환자가 약가를 전액 부담한다. 이에 따라 유통 비용과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들의 실제 부담 비용은 월 8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의료 기관마다 임의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편차가 크고, 출시 초기 수요에 따라 투약 비용이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위고비는 원한다고 모두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비만 환자’다. 또 BMI 27㎏/㎡~30㎏/㎡ 미만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출시는?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다. 앞서 2018년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도 GLP-1 계열로 분류된다. 하지만 투약 방식이 다르다. 매일 투약해야 하는 삭센다에 비해 위고비는 주 1회 투약으로 편리하고, 68주 투약 때 체중을 평균 14.8% 감량하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투약 비용이 월 50만원 안팎인 삭센다는 56주 투약 기준으로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인 삭센다를 위고비가 곧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위고비가 흥행에 성공하면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위고비처럼 주 1회 주사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는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이후 올해 2분기 만에 판매액이 43억4300만달러(약 5조9000억원)를 넘어선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약품)’다. 임상 시험에서 평균 22%(72주간 투약 기준) 체중 감량 효과를 거뒀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위고비 출시를 계기로 비만 치료제 남용 우려도 나온다.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출시 이전부터 환자들의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삭센다’ 출시 당시보다 더 심한 남용이 우려된다”며 “위고비 또한 부작용이 없지 않은 의약품으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며, 투약 중단 시 다시 살이 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