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월 5일,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으려던 여행객들은 갑작스러운 비행기 결항 소식에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제주공항에 급변풍 경보가 발효되면서 비행기가 무더기로 결항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제주여행길을 막는 급변풍 관련 정보를 더 빠르고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범서비스에 착수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항공날씨’를 통해 제주공항 급변풍 예·경보를 제공하고 있다.
급변풍은 흔히 윈드시어(Wind shear)로 알려져 있는 기상 현상이다.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가 수평이나 수직으로 갑자기 바뀌는 것을 급변풍이라고 부른다. 큰 산이나 건물이 바람의 흐름을 변화시키면 급변풍이 발생한다.
제주도는 제주공항 뒤 편에 자리한 한라산 때문에 급변풍이 자주 발생한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한라산을 넘으면서 상하 방향의 파장이 큰 산악파가 발생하는데, 이 산악파가 급변풍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오임용 제주공항기상대장은 “급변풍은 항공기 안전 운항에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이고, 제주공항은 국내 공항 중에서 급변풍에 의한 결항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제주공항에 내려진 급변풍 경보는 1289건인데, 이 기간에 전국 공항에 내려진 급변풍 경보(4030건)의 32%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급변풍으로 인한 비행기 회항 102건 중 99%(101건)가 제주공항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급변풍에 대비하기 위해 작년부터 대응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올해 2월 비행기 이·착륙 경로에서 발생하는 급변풍을 탐지하기 위한 저층 급변풍 경고 장비(LLWAS) 성능 개선을 진행했고, 5월에는 공항라이다(Wind LiDAR) 2대를 추가 설치했다. 공항라이다는 수평·수직 10㎞ 범위에서 급변풍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다. 활주로의 양배풍을 탐지하기 위한 연직바람관측장비도 지난 6월 2대를 설치했다.
제주공항의 종합적인 위험기상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제주 공항기상레이더도 2026년 6월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공항기상레이더는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에 설치된다.
기상청은 급변풍 예·경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발빠르게 전달하는 정보시스템도 이번 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국립기상과학원과 함께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을 활용해 작년부터 제주공항의 급변풍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최근 급변풍을 지수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항공기상청 예보관과 제주공항 현지 예보관이 협의해서 급변풍 발생 가능성과 예상시간을 판단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기상청이 만든 예보시스템은 3일 전에 기압계 분석을 통해 급변풍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2일 전에는 수치예보모델을 통해 상세분석을 진행해 양배풍이나 물뜀현상 같은 위험기상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통해 최소 24시간 전에는 급변풍 발생 예상시간이나 회항 같은 비정상 운항 가능성을 판단해 알려준다는 계획이다.
제주 여행을 준비하는 일반 국민들도 항공날씨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공항의 급변풍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은 최대 3일 전에 급변풍 발생 가능성과 예상 영향구역에 대한 입체적인 관측·예측 자료를 국민들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