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와 형제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한미약품그룹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두고 법정에서 만났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임시주총 일정을 결정했지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이 일정 변경을 우려해 법원에 낸 청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판이 이어졌다.
수원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1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으로 이뤄진 이른바 ‘3자 연합’이 제기한 주주총회소집허가 청구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재판은 비송(非訟)사건으로 분류돼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송사건은 분쟁 사건이 아닌 사안 중 법원의 중립적이고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민사사건을 말한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임시주총 일정을 11월 28일로 결정한 만큼, 이날 심문기일은 빠르게 끝났다. 3자 연합 측이 한미사이언스가 임시주총 일정을 연기할 것을 우려해 청구를 취하하지 않으면서, 재판부는 심문기일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모녀 측 법률대리인으로는 이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형제 측은 국태준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대표변호사가 참석했다.
형제 측 국태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신청인(모녀 측)은 임시주총이 11월 28일로 소집 결의가 됐고, 공시까지 나왔으니 차질없이 진행되면 자진 취하하겠다고 설명했다”며 “신청인 측에선 중간에 날짜가 연기되거나 변경되는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사이언스도 차질 없이 (임시주총을) 개최할 거고 재판부에 관련 서류 제출해 잘 진행되고 있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는 안건 3개가 상정된다. 3자 연합은 임시주총에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의 신규이사 선임 건을 제안했다. 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 정관 변경은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두 안건이 의결되면 이사회 구도는 형제 우위(5대 4)에서 3자 연합 우위(5대 6)로 바뀐다.
나머지 안건 1개는 형제 측이 제안한 감액배당 안건이다. 감액배당은 이익 잉여금이 아닌 자본금을 활용한 배당을 말한다. 이 안건은 임시주총 때 필요한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별개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한미약품에 임시주총을 요구한 상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새로운 이사로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