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휴젤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분쟁 중인 모습을 표현한 그림./DALL·E

메디톡스와 휴젤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두고 맞붙은 소송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온다. 미국은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인 만큼 이번 판결로 국내 기업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예비판결에서 승기를 잡은 휴젤이 현재 소송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10일 메디톡스가 휴젤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린다. 앞서 메디톡스는 2022년 휴젤과 휴젤아메리카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절취했다며 ITC에 미국 내 수입·판매금지를 신청했다.

미국 애브비의 ‘보톡스’란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균인 보툴리눔균(菌)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근육 마비를 일으켜 주름을 펴는 효과가 있다. 메디톡스는 아직 미국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대표적인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과 뉴럭스로 아시아·유럽에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휴젤은 지난 7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의 미국 수출 초도 물량을 선적했다.

ITC는 지난 6월 예비판결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취 사실이 없다며 휴젤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메디톡스가 소송 중 디스커비리(Discovery·증거개시) 과정에서 휴젤이 제시한 증거를 보고 보툴리눔 균주 도용과 제조공정 관련 내용을 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은 핵심적인 쟁점 대신 인력 유출 같은 부수적인 부분만 다뤄지고 있다.

다만 예비판결이 최종심결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ITC 예비판결은 행정법 판사 한 명이 결정하고, 최종판결은 위원 6명으로 구성된 전체위원회에서 내린다. 앞서 ITC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메디톡스와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관련 소송의 최종판결을 오는 10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ITC 전체위원회가 예비판결의 오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소송은 국내 보톡스 업체들이 최대 시장인 미국을 차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7억4000만 달러(약 6조3800억원)이다.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이 66억8000만 달러(약 9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70% 이상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해외 매출도 성장 중이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수출명 주보)로 매출 902억원을 올렸다. 나보타 해외 매출의 80%는 미국에서 나왔다. 휴젤은 아시아와 유럽, 캐나다 수출이 늘면서 같은 기간 보툴리눔 톡신 매출 853억원을 기록했다. 메디톡스도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늘면서 보툴리눔 톡신 매출액이 572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ITC 최종판결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ITC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최종판결을 두 번 미뤘다. ITC 전체위원회가 최종판결을 미루는 일이 흔하게 발생해왔다.

두 업체는 최종판결을 앞두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회사의 입장이 혹시라도 소송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무런 언급을 할 수 없다”며 “소송은 잘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젤 관계자도 “주요 쟁점은 이미 소송 내용에서 거의 빠진 상태지만, ITC 소송과 관련해 사전에 입장을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