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즌이 되면 어떤 학자가 수상자가 될지 점친다. 가장 유력한 후보들은 '노벨상 관문'이라 불리는 래스커상, 브레이크스추상, 울프상(왼쪽부터)을 이미 수여한 수상자다./각 재단

올해 노벨상은 7일 오후 6시 30분(한국 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순으로 수상자가 발표된다. 노벨상은 심사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누가 받을지 미리 알기 어렵다. 하지만 과학계는 이전 수상 기록을 보고 어떤 학자가 노벨상에 근접했는지 점친다. 가장 유력한 후보들은 ‘노벨상 관문’이라 불리는 래스커상, 브레이크스루상, 울프상 등을 수여한 수상자다. 실제로 이들 중에 나중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많다.

◇노벨상 관문 래스커상·브레이크스루상·울프상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약물이 의료계에 돌풍을 일으키자 관련 연구를 한 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조엘 하베너와 스베틀라나 모이소브, 로테 크누센은 지난달 19일 GLP-1 호르몬 연구를 한 공로로 래스커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들이 곧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줄곧 나오고 있다.

래스커상은 미국 래스커 재단이 의학·공중보건 연구 분야 연구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미국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그만큼 명예롭고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배출했다. 실제로 1945년 이래로 래스커상을 받은 수상자 중 95명이 노벨상까지 받았다.

19일(현지 시각) 네이처,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래스커상 수상자는 조엘 하베너와 스베틀라나 모이소브, 로테 크누센이다(왼쪽부터)./조엘 하베너(Joel Habener),로리 체르토프(Lori Chertoff), 소렌 스벤센(Soren Svendsen).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세포 치료제를 연구한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세포면역치료센터 소장과 미셸 사들랭 미국 뉴욕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세포공학센터장, 스티븐 로젠버그 미국 국립암센터(NCI) 종양면역학과장(외과 전문의)도 유력한 수상자 후보로 꼽힌다. CAR-T는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인체 면역체계의 주력군인 T세포에 암세포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들 중 준 소장과 미셸 센터장은 지난해 ‘실리콘밸리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생명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실리콘밸리의 거두들이 주도해 만든 브레이크스루 재단이 기초물리학, 생명과학, 수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수여한다. 역시 역대 수상자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

이스라엘 울프재단이 수학과 물리학·의학·농업·음악 분야에서 수상하는 울프상 역시 노벨상 관문으로 통한다. 지금까지 울프상 수상자 중 약 3분의 1이 노벨상을 받았다. 올해 울프상 의학 분야는 광유전학을 통해 수십 년만에 시각장애인 환자의 시력을 회복시킨 업적을 인정받은 호세-알랭 사헬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와 보톤드 로스카 스위스 바젤 임상안과학연구소 교수가 받았다.

2022년 한국 출신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로타 추측’의 부분 문제인 ‘리드 추측’을 해결하고 2018년 ‘로타 추측’까지 해결한 업적으로 필즈상을 받았다. 사진은 2022년 허준이 교수가 고등과학원에서 수상 기념 강연을 하는 모습./뉴스1

◇노벨상 소외 과학자들 위한 상도

최근 과학 분야가 넓고 다양한 것에 비해 노벨상 수여 분야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학자들이 노벨상 부문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1900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학제간 연구가 많아지면서 제외된 분야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벨상에서 소외된 분야의 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들이 많이 생겼다.

노벨상에서 소외된 대표적인 분야가 수학이다. 수학자들은 다른 상을 받는다. 대표적인 ‘수학계 노벨상’은 아벨상이다. 노르웨이의 천재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노르웨이 정부가 2003년부터 매년 수학계에서 평생 공로를 인정받은 수학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아벨상은 수학자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시도 아벨상을 받았었다. 올해 아벨상은 지난 3월 확률 이론과 함수 분석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운 미셸 탈라그랑 프랑스 소르본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교수가 받았다.

만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 중 업적을 세운 사람은 필즈상을 받을 수 있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IMU)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한다. 2022년 한국 출신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로타 추측’의 부분 문제인 ‘리드 추측’을 해결하고 2018년 ‘로타 추측’까지 해결한 업적으로 필즈상을 받았다.

기술 발전과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공학자는 밀레니엄기술상을 받는다. 이 상은 핀란드 기술상재단이 2004년부터 2년마다 수여한다. 기술상 중 최대 규모다. 올해는 반트발 자얀트 발리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가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비, 전기차 등에 널리 쓰이는 반도체소자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공로도 수상했다.

컴퓨터공학자들은 매년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기대한다.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튜링을 기념하기 위해 1966년 제정됐다. 올해 수상자는 무작위성이 컴퓨터 알고리듬을 형성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밝혀낸 에이비 위그더슨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교수가 받았다. 그는 앞서 2021년 암호화폐 기술에 사용된 수학적 증명을 해내 아벨상도 받았다.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한 발명을 한 공학자는 드레이퍼엔지니어링상을 받는다. 이 상은 미국 공학한림원이 1989년부터 2년마다 수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터보제트엔진과 통신위성, 인터넷, 위성항법시스템(GPS), 충전식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학자들이 드레이퍼엔지니어링상을 받았다 올해는 클라우드에 방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스핀 전자장치를 개발한 스튜어트 파킨 독일 막스플랑크 미세구조물리학연구소 교수가 받았다. 그는 앞서 2014년에는 밀레니엄기술상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