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여러 위성 가운데 하나인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4일 오후 12시 6분(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이하 클리퍼)’를 발사해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클리퍼는 앞으로 5년 반 동안 유로파를 향해 약 29억㎞를 날아갈 예정이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5배가 넘는 장거리 비행이다. 지구에서 목성까지 거리는 평균적으로 7억 7000만㎞ 정도 떨어져 있는데, 직선 항로로 비행하지 않고 지구와 화성 주변을 돌며 각 행성의 중력을 활용해 추진력을 더해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근접한 장면을 묘사한 상상도. /NASA

이날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발사된 클리퍼는 약 1시간 뒤 지구 중력을 벗어나 태양 궤도에 진입했다. NASA 관제탑이 “신호 수신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자 연구자들은 손뼉 치며 환호를 보냈다.

이번 임무의 핵심은 유로파의 환경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정도인지 자세하게 살피는 것이다. 앞서 1997년 탐사선 ‘갈릴레오’가 유로파 표면 촬영으로 발견한 얼음층 아래를 정밀 탐사한다는 목표다.

유로파는 목성의 95개 위성 중 하나로 지구의 달과 크기가 비슷하다. 유로파의 표면은 얇은 얼음층으로 뒤덮여 있고, 그 아래는 광대한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클리퍼의 목표는 얼음 밑 바다에 생명체 유지에 필요한 유기화합물과 같은 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유로파 클리퍼’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자인 로버트 파라라도는 뉴욕타임스에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생명체가 있을 만한 곳은 유로파가 가장 유력하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장거리 비행을 위해 대형 태양광 충전 패널을 장착한 클리퍼에는 얼음 투과 레이더, 고해상도 카메라와 분광기, 열 측정기 등이 탑재돼 총 무게가 5700㎏에 이른다. 길이 30.5m는 농구 코트(28m)와 비슷하고 높이는 5m이다. NASA가 행성 탐사 임무를 위해 개발한 역대 우주선 중 가장 큰 규모다.

클리퍼는 내년 2월 화성 가까이 접근하고, 2026년 12월에 지구 가까이로 다시 근접해 추진력을 얻는다.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진입한 이후엔 유로파의 지표면 위 25㎞ 고도까지 49회 근접 비행하며 2034년까지 정밀 탐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