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유 수종인 현사시나무 잎이 항염증·항산화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사시나무는 1970년대 정부의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에 따라 전국 모든 산에 심은 나무이다. 앞으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 개발에도 활용된다면 경제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익현 경희대 한의대 교수와 이상현 중앙대 생명공학대 교수 연구팀은 현사시나무 잎의 에탄올 추출물에서 유용 화합물 9종을 분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화합물들이 항산화와 항염증 작용이 우수하고 독성도 낮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에 게재됐다.
앞서 현사시나무 추출물이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뇌신경을 보호하고 인지장애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추출물에서 치료 성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서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현사시나무 잎에서 ‘루테올린 7-O-글루쿠로니드 부틸 에스테르’ ‘크리소에리올 7-O-글루쿠로니드 부틸 에스테르’ 등 9종의 화합물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사시나무 잎에서 추출한 물질을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 잎 추출물과 비교한 결과 항산화 효능과 항염증 작용이 우수한 성분들을 더 많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포 독성도 낮아서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에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조익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현사시나무 잎의 에탄올 추출물에서 9종의 화합물을 최초로 분리했고, 잎에서 추출한 에탄올 화합물과 분획물이 항산화와 항염증 작용을 가진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현사시나무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앞장선 고(故) 현신규(玄信圭·1912~1986) 박사가 개발한 수종이다. 그는 일제 치하에서 관직을 거부하고 낙향한 한학자 현도철 선생의 셋째 아들로, 수원고등농림학교를 거쳐 일본 규슈대를 나왔다. 1949년 일본 규슈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임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박사는 산림의 성쇠가 국가의 성쇠라는 일념으로 산림부국론(山林富國論)을 역설했다. 대표 업적은 은수원사시나무이다. 포플러의 한 종류인 은백양을 암나무로, 수원사시나무를 수나무로 해 만든 품종이다. 이 나무는 생장이 빨라서 1973년 정부의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에 따라 전국 모든 산에 심어졌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공로를 인정해 은수원사시나무의 이름을 현 박사의 성(姓)을 따서 현사시나무로 바꾸게 했다.
현 박사는 2003년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현 박사의 아들 현정오(玄正梧) 교수도 대를 이어 서울대 산림과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다.
조 교수는 “현사시나무는 국가 경제 성장기에 정책적인 조림수종으로 선정돼 전국에 조림수, 가로수 등으로 많이 보급됐지만 목재 이용의 어려움과 씨앗에 달린 관모(poppus) 때문에 보급이 중단됐다”며 “현재는 방치되거나 벌채 대상 수종이 됐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단초로 기능성에 관한 추가 연구를 수행한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Pharmacology(2024), DOI : https://doi.org/10.3389/fphar.2024.1406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