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염증성 질환 치료제 스텔라라./J&J

지난해 14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가 최근 시장에서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고, 미국 일라이 릴리, 애브비 등 대형 제약사들도 경쟁약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스텔라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고 전망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는 총 5종이다. 허가 받은 순서대로 보면 지난해 11월 가장 먼저 개발을 마친 미국 암젠의 웨즐라나(Wezlana), 아이슬란드 알보텍과 이스라엘 테바의 셀라스디(Selarsdi),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피즈치바, 독일 프레지니우스 카비와 포마이콘의 오툴피(Otulfi), 그리고 지난 12일 허가를 받은 동아에스티의 이뮬도사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6월 FDA에 승인 신청을 마쳤다.

◇美·유럽서 특허만료…바이오시밀러 5종 출시

스텔라라는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염증성 질환 치료제로, 2011년 판상 건선에 대한 치료제로 허가 받은 뒤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여러 자가면역질환으로 치료 대상을 넓혔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은 108억6000만달러(한화 약 14조6400억원)였다. 그중 미국 시장이 2022년 기준 64억달러(약 8조6000억원) 규모로 가장 크다.

스텔라라의 물질 특허는 미국에서 지난해 9월, 유럽에서 올해 7월 만료됐다. 하지만 신규 적응증에 대한 용도 특허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얀센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얀센은 독점 기간을 그리 오래 누리지는 못했다. 스텔라라는 출시된 지 13년이 넘은 데다, 이미 특허가 끝나면서 힘이 빠진 탓이다.

FDA의 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들은 내년 상반기에 시장 출시가 확정됐다. 가장 먼저 승인을 받은 암젠이 내년 1월 1일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를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내년 2월, 동아에스티는 5월로 출시 일정이 정해졌다.

그래픽=정서희

게다가 미국이 재정 압박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처방보험 지출액이 가장 많은 의약품 10개가 약가 인하 대상이 됐다. 스텔라라가 대상에 포함됐다.

IRA에 따라 환자 부담금이 2000달러를 넘어가면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20%를 부담하고 나머지 60%는 보험사, 20%는 제조사가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저가의 바이오시밀러를 대량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업계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저가 제품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美릴리·애브비 경쟁약, 임상시험서 능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압박도 스텔라라의 힘을 빼고 있다. 스텔라라와 같은 인터루킨(IL)-23 억제제이면서 염증성 질환 치료제로 개발한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스텔라라보다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

인터루킨은 면역 반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 단백질로, 과하게 활성화하면 자가면역질환인 건선,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질환을 일으킨다. 스텔라라는 면역 매개 물질인 인터루킨-23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릴리는 지난 14일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옴보(Omvoh)가 중증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위약으로 사용한 스텔라라보다 수치적으로 더 높은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릴리는 옴보를 염증성 질환에 더해 크론병 치료제로 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애브비의 건선 치료제인 스카이리지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린버크 역시 지난해 임상시험에서 스텔라라를 뛰어넘는 결과를 보였가 나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텔라라는 바이오시밀러에 경쟁약까지 이미 힘이 많이 빠져버려서, 내년부터 이 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IRA로 매출이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J&J도 신약 홍보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