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7일 약침에 리도카인을 혼합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과 같은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리도카인은 의료 시술 중 환자의 신경신호 전달을 차단해 통증을 없애는 국소마취제다. 일반적으로는 정맥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환자에 투여된다.

한의사 A씨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환자의 통증 부위에 리도카인을 봉침액(벌독)과 혼합해 사용하면서, 의사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으로부터 지난 2022년 고발당했다. 검찰은 벌금 800만원의 약식기소를 내렸지만, 이에 반발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원고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한 것은 면허 이외의 행위여서 유죄라는 취지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한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의료법 어디에도 리도카인과 같은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고 주장하며 “서양의학에서 유래된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의사의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의료법과 약사법의 규정을 보면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는 의료행위와 의약품 사용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는 각각의 영역을 벗어난 의약품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로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이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이 치료 보조 목적으로 허용될 수 있도록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상고할지 여부는 협회와 법제팀과 논의를 거쳐 일주일 안에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