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다리처럼 생긴 로봇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을 향해 뚜벅뚜벅 다가왔다. 하반신 마비로 일어설 수 없는 환자가 자신의 앞에 선 로봇의 받침대에 조심스럽게 발을 올렸다. 로봇이 접히면서 환자의 다리와 허리에 꼭 맞게 장착됐고, 휠체어에서 일어난 환자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24일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용 로봇 ‘워크온슈트(WalkON Suit) F1′의 시연 장면이다. 이처럼 휠체어로 다가와 자동으로 장착되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이 등장했다.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서비스 로봇’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을 착용한 모습./KAIST 제공

이번 로봇을 개발한 KAIST 연구팀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워크온슈트 F1은 하반신 마비 중에서도 중증도가 가장 높은 완전 마비 장애인을 위한 로봇이다. 앞서 상용화된 경증 장애인용 근력 보조, 재활 치료용 로봇은 환자의 착용을 다른 사람이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기존과 달리 환자의 몸 앞쪽으로 로봇을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로봇의 무게중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적용해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환자가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안전하게 로봇을 착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워크온슈트 F1으로 오는 27일 열리는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사이배슬론 대회는 스위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장애 극복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공 교수팀은 지난 2020년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대표적인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된다. 현재 로봇 산업은 공장에서 사용되는 대형 로봇 등을 일컫는 ‘산업용 로봇’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저출생 등으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공 교수가 설립한 ‘엔젤로보틱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원 창업 기업인 ‘팀로보틱스’ 등 스타트업들이 신체 기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등을 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