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를 마친 임현택 회장이 나서고 있다.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임 회장 불신임(탄핵) 투표가 가결됐다. 2024.11.10 /연합뉴스

의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이끌어온 임현택 회장이 탄핵당했다.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강제로 물러나게 된 것으로,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제42대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탄핵)안이 통과했다. 참석 의원 224명 중 가결 정족수 150명 이상을 넘긴 170명이 찬성했다. 반대 50명, 기권 4명이다.

앞서 임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했고,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것도 의료계가 임 회장의 탄핵을 추진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그는 후배 의사들을 대변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온라인상에서 갈등을 빚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7일 의협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의 탄핵을 요청했다.

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막말 논란을 빚어온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하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으나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한편, 임 회장은 역대 두 번째로 탄핵된 의협 회장이다. 첫 사례는 지난 2014년 탄핵된 노환규 전 회장이다. 의협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임 회장의 탄핵이 의정 갈등의 새 국면이 될지 주목된다. 오는 11일 의대 입학정원을 논의하고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다. 하지만 의협과 대전협이 불참 의사를 고수하며 대화 테이블에서 빠졌다. 의사 단체에서는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두 곳이 참여한다.

의료계에서는 새롭게 구성될 의협 비대위와 차기 의협 집행부도 정부와의 대화에 미온적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철회하는 등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의정 갈등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임 회장 탄핵으로 전공의들이 의사단체 내 협의체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부분 의사들이 반대해 의정 갈등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