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치명적인 ‘2급 감염병’ 백일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생후 2개월이 안 된 영아가 1차 예방접종을 하기 이전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백일해는 1명이 많게는 17명까지 전파를 시길 정도로 감염력이 강하다.
질병관리청은 생후 2개월이 채 안 된 영아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내원한 후 지난달 31일 백일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나흘 뒤인 지난 4일 사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국내서 백일해 사망자 수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처음 발생한 사망 사례다.
올해만 해도 이달 첫째 주 기준 총 3만332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신고됐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환자 292명에 비해 이미 약 104배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던 2018년 980명과 비교해도 약 41배 많다.
현재 백일해는 7~19세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13~19세는 45.7%(1만3866명), 7~12세는 42.0%(1만2725명)으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87.7%(2만6591명)를 차지하고 있다. 0~6세의 경우 전체 환자의 3.3%(1008명)로 8월 이후 증가세다. 1세 미만 영아도 지난달 초에는 주당 2~4명이 신고되고 말에는 12명까지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대유행 양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13만명 이상 발생했고, 3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1세 미만 영아가 20명인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의 경우 올해 2만2273명이 발생하여 전년 같은 기간 4840명 대비 4.6배 늘었다. 1세 미만 사망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영국에서는 올해 9월까지 누적 1만3952명의 환자가 발생해 5월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6월 이후 주는 추세다. 영아는 10명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은 백일해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감염 시 중증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후 첫 접종을 하는 2개월 이전 영아가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3기(27~36주) 임신부가 백신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는 빠짐없이 2·4·6개월에 적기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양진선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무엇보다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후 2개월에 1차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가질 수 있는데, 그 전엔 임신 3기의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하면 그 면역이 태반을 타고 태아에게 가서 애가 태어날 때 면역을 가지고 태어난다”며 “생후 2개월 전까지는 임신부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면역저하자, 중등증 이상 만성 폐쇄성 폐 질환자 등 고위험군과 영유아의 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성인들도 올해 백일해 유행 상황을 고려해 백신 접종할 것을 당부했다. 또 백일해가 소아·청소년 연령대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질병청은 적기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11~12세의 6차 접종을 적극 독려했다. 일상생활에서 손씻기와 기침예절을 준수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정부는 최근 증가 추세인 0~6세 백일해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동절기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전문가 합동으로 호흡기 감염병 관계 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해 대응하고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