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 관람객들이 KAI 부스에서 KF-21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GE에어로스페이스의 F414-400 엔진. KF-21의 엔진으로 쓰이고 있다./GE에어로스페이스

양산을 앞두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은 K9 자주포와 함께 ‘K-방산’ 열풍의 대표 주자이다. 하지만 KF-21과 K9 자주포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 9월 K9 자주포가 마침내 엔진 국산화에 성공한 것과 달리 KF-21은 여전히 외산 엔진을 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8일 오후 성남 한림원회관에서 ‘K-방산의 완성: 첨단 항공기 엔진 독자 개발’을 주제로 제228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첨단 항공기 엔진 독자 개발과 관련한 군과 산·학·연·정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항공엔진 국산화를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심현석 방위사업청 첨단항공엔진개발 파트리더는 “유인기와 무인기를 막론하고 항공 엔진은 모두 외산을 사용하고 있다”며 “엔진이 항공기 원가의 30%를 차지하고 운영비에서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항공기 엔진 국산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홍철 공군 항공기술연구소장애 따르면 공균에서 한 해 장비 유지비만 1조5566억원이 들어간다. 그는 전체 공군 예산의 18.5%, 군수 예산의 62.9%가 장비 유지비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비 유지비 가운데 엔진 관련 예산은 33%를 차지한다.

이 소장은 “4세대 엔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도 됐고 일부 기술 이전도 있었기 때문에 부품 생산도 가능했다”며 “그런데 5세대 엔진부터는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졌고, 5세대 전투기인 F-35의 경우 우리 군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도 접근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독자적인 엔진 개발에 나서지 않고 미국과의 격차가 더 커지면 엔진 수리 등에 들어가는 장비 유지비 부담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 정부도 독자적인 항공 엔진 개발에 나섰다. 방위사업청이 2013년부터 항공엔진 개발 연구개발(R&D) 투자를 시작했다. 2023년에는 방사청에 엔진개발 전담조직도 신설됐다. KF-21에 쓰이는 엔진과 동일한 수준인 1만5000파운드(lbf)급 엔진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심현석 파트리더는 “현재 우리 항공엔진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6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지금까지 거의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거나 앞으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도 최근 항공기 엔진 민군 협력 개발을 위한 탐색 연구에 착수했다. 김재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추진연구부장은 “투자 대비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군수와 민수 시장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산업화해야 한다”며 “군용 항공엔진을 기반으로 민수 파생 엔진 기반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항공 엔진 개발을 위해서는 항공기와 엔진 개발 사업이 기획 단계부터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관련 인프라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단 단장은 “항공 엔진을 개발하는 기간이 항공체계를 개발하는 기간보다 더 길게 든다”며 “한국은 국가의 위상에 비해 항공엔진 기술 개발 수준이 떨어져 있는데, 이를 끌어올리려면 체계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엔진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심 파트리더는 인력과 연구 인프라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 항공엔진 연구개발 종사자가 800명 수준인데,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전문인력을 더 키워야 하고, 개발한 엔진을 시험할 수 있는 시설도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3부장도 “제한된 개발 기간과 예산, 인력으로 국내 기술 성숙도가 낮고 기술 보호 장벽이 높다”며 “기술 현황을 분석해 엔진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지향적인 R&D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