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 어린이병원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뉴스1
국회 전자청원 사이트에서 유전자 세포 치료의 현실화를 위한 국회 법안 개정 요구를 위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국회 전자청원

“저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희귀안질환 환아의 엄마입니다. 희귀병이라고 하는 만큼 현재 치료법이 없다고들 하지만 국내에도 ‘유전자세포치료’라는 치료 기술이 있습니다. 기술이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예산과 법안 문제로 실현이 되지 못해 치료도 못해보고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된 아이들이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만 한 해 무려 백여 명이 넘습니다.”

지난 19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유전자·세포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 달 19일까지 5만 명이 동의하면 관련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넘겨진다. 24일 오전까지는 9100여 명이 동의해 18%의 동의율을 기록 중이다.

이 글을 올린 이모씨는 유전자·세포 치료제를 통해 희소안질환이나 백혈병, 소아암 등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많은 희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자들의 수준도 높지만, 예산과 관련 법의 부재로 치료도 못해보고 우리 곁을 떠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 치료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설립을 위한 예산확보와 임상 연구비 지원 등에 대한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며 “법안이 개정되면 수억원 단위의 치료제 고(高) 비용 문제를 없애고 많은 환아들에게 임상 치료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내 아이가 시력을 잃어간다는 걸 알고는 지켜볼 수 만은 없다”며 “청원이 통과돼서 유전자 세포 치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소아암 소아백혈병 희귀안질환 아이들에게 국가가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희소질환 치료를 위한 유전자·세포 치료 지원을 늘리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첨단재생의료를 실제 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임상연구 대상에 대한 제한도 없앴다.

지금보다 한 걸음 나아간 법 개정안이지만, 환자 단체들은 보다 전폭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등 환자 단체들은 법 개정안에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설립과 필요한 예산 확보의 근거를 명시하는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설립이 선행돼야 실질적인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회에서 첨단재생의료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도 열렸다. 송해룡 대찬병원 병원장은 토론회에서 “희소질환과 중증위험도 질환의 줄기세포 치료는 대상 환자가 적어서 사업성이 없고, 중증위험도 치료는 신의료기술 트랙으로 가야해서 국내기업이 개발을 회피한다”며 “범부처재생의료사업단의 연구비를 늘리고, 국내외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중동에 치료 연구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첨단재생의료 실시와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 등 크게 두 가지 트랙을 가지고 있지만, 유기적인 연계는 부재하다”며 “첨단재생의료 치료 비용 기준을 마련하고, 심의 기준과 관리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계속 살피겠다고 밝혔다. 정순길 보건복지부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첨단재생의료의 기술범위를 세포 중심에서 유전물질 등으로 확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시 임상연구 수행 결과를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간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전자 편집·제어 기술 기반의 유전자치료제 개발과 세포·유전자 치료 특화연구소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대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 팀장은 “최근 정부는 국가바이오위원회 신설을 통해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식약처도 참여하는 주요 기관 중 하나로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