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무기로 떠올랐다. 정찰부터 공격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군사 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영국과 호주의 기업이 손을 잡고 GPS(위성항법시스템) 없이도 작동하는 드론 개발에 나서면서 활용도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미사일 제조사 MBDA의 자회사인 NILEQ와 호주의 항법시스템 개발사인 어드밴스드 내비게이션(Advanced Navigation)은 지난 20일 신경모방 카메라와 관성항법시스템(INS)을 결합한 드론 항법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드론은 GPS를 이용해 목표를 찾았다. GPS는 위성 네트워크와 통신하며 드론의 위치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형 건물이나 울창한 숲, 극단적인 기후에 의해 위성 신호를 제대로 받기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가짜 GPS 정보를 보내는 공격인 ‘스푸핑’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GPS 의존도를 줄이는 기술이 전략적 우위를 결정짓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GPS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대안 드론 항법 기술이 개발됐다. 대표적인 예로 관성항법시스템은 가속도계와 각속도를 감지하는 자이로스코프 같은 센서를 사용해 위치를 추적한다. 자이로스코프는 3차원 공간에서 회전 방향을 감지한다. 그러나 측정 오차가 시간에 따라 누적되면서 위치 정확도가 떨어진다.
두 회사는 관성항법시스템에 신경모방 카메라를 더한 항법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신경모방 카메라는 인간 망막처럼 빛 변화를 감지해 관성항법시스템의 위치 오차를 정기적으로 보정할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존 카메라가 연속적인 이미지를 촬영하는 대신 밝기 변화만 기록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을 줄이면서도 훨씬 빠르게 작동할 수 있다.
필 허튼 MBDA 미래개념화 책임자는 “신경모방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지형을 식별할 수 있는 일종의 ‘지문’을 만들고, 이를 위성 영상 기반의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드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며 “데이터 크기를 최소화해 실시간 검색 시 필요한 계산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신경모방 카메라는 개당 약 1000달러(약 139만원) 수준이다. 저가형 드론과 결합해 항법시스템에 사용하면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고성능 항법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하다.
크리스 쇼 어드밴스드 내비게이션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은 사용이 간단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며 “이번 기술이 드론 시장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올해 첫 비행 시험을 시작으로 내년 중반까지 이 시스템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야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외선 기반 신경모방 카메라도 몇 년 내에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Advanced Navigation, https://www.advancednavigation.com/news/mbda-collaborating-resilient-navigation-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