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수퍼 박테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테리오파지’다. 박테리오파지는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박테리아(세균) 포식자’라는 뜻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 달라붙은 뒤 이를 숙주 세포로 삼는다. 자신의 DNA를 박테리아 내부로 전달하고, 박테리아 내부에서 박테리오파지 복제에 필요한 DNA, 단백질 등이 생산된다. 그리고 박테리아 안에 다수의 새로운 박테리오파지가 만들어진다. 이후 박테리오파지는 세포벽을 파괴하는 엔도라이신(Endolysin)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뚫고 나오고,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박멸된다. 물리적으로 세균을 터뜨리는 원리이기 때문에 내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1900년대 초반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치료법이 연구됐지만, 항생제가 보급되면서 외면받다가 수퍼 박테리아의 등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폴 볼리키 미국 스탠퍼드대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녹농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박테리오파지를 혼합하는 ‘칵테일’ 방식을 통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박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박테리오파지는 녹농균에 대해 96%, 황색포도상구균은 100%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김민영 예일대 전공의는 “박테리오파지는 수퍼박테리아에 효과적이고, 인체에 대한 독성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박테리아가 파지에 대한 저항성이나 내성을 키우기 훨씬 어려운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치료제 연구에 도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에선 마이크로바이오틱스가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녹농균, 대장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를 개발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 지놈앤컴퍼니 등도 박테리오파지 개발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