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은 평균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2인 미국 40~50대 남녀 80명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관찰한 결과, 뇌에 염증은 물론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축적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조선DB

복부 지방이 많은 중년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뱃살이 많으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최대 20년 전부터 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인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뱃살을 줄이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말린크로트방사선학연구소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내장 지방이 많을수록 뇌에 염증은 물론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많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2024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 발표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환자 5500만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고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연구진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남녀 80명을 촬영했다. 그 결과 내장 지방이 많을수록 뇌에 염증은 물론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영상 쵤영에 참여한 남녀의 평균 연령은 49.4세이며,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32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가 30 이상일 때 비만으로 정의한다. 한국의 비만 기준은 BMI 25 이상이다. WHO는 10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사이러스 라지(Cyrus Raji) 방사선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비만 중년들에서 뇌 혈류량이 줄고,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 일부에서 뇌가 위축되거나 회백질이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뇌 회백질은 뇌의 가장 바깥쪽 층을 구성하는 주름진 부분으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다. 회백질의 감소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화 질환의 초기 신호로 간주된다.

연구진은 내장 지방이 많을수록 몸속에 염증이 더 많이 발생해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내장 지방은 장기 근처에 있어 더 많은 혈류를 받고 호르몬 활동도 피하 지방보다 더 활발하다. 라지 교수는 “내부 지방을 뜻하는 심부 복부 지방량이 많으면 통상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연령대보다 훨씬 이른 40~50대 중년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인 4명 중 3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공중 보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는 이번 연구가 내장 지방 또는 숨겨진 지방이 통상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플로리다 신경퇴행성질환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인 리처드 아이작슨(Richard Isaacson) 신경과 교수는 “통상 70~80대에 인지 기능 저하 진단이 내려지는데, 그보다 수십 년 전에 뱃살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처음 발견했다”며 “뱃살을 줄이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북미영상의학회(RSNA), https://press.rsna.org/timssnet/media/pressreleases/14_pr_target.cfm?ID=2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