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폭설·폭염을 비롯해 기후 재난 상황에서 교통과 전력 통제까지 일사불란하게 대응한다. 도시 지하 공간은 자율주행으로 오가는 초고속 물류 전용 운송로와 폐기물 처리 통로가 층별로 조성돼 지상 교통 체증과 매연은 사라진다.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 같은 이 모습은 공학, 기술 분야 석학들이 모인 한국공학한림원이 15년 안에 실현될 것으로 전망한 미래상이다. 공학한림원이 오는 10일 발표할 ‘대한민국 산업미래전략 2040 보고서’를 입수해 가장 시급한 기술 전략을 살펴봤다. 공학한림원은 “다가오는 2040년을 바라보며 지금부터 우리가 준비해야 할 사안을 분석했다”고 했다.
◇“초인공지능 시대 대비해야”
신의 ‘인간 창조’에 빗댈 만한 인류 최고 발명은 무엇이 될까.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궁극(窮極)의 발명으로 꼽는 것은 초(超)인공지능, 이른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다.
바둑에 특화된 알파고처럼 임무 수행 분야가 제한적인 ANI(약한 인공지능)와 범용 인공지능으로 부르는 AGI(강한 인공지능)를 초월하는 단계의 AI를 뜻한다. 고도의 추론을 비롯해 사람을 뛰어넘는 지적 능력을 갖춘 A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기후 위기와 희소 난치병 치료 등 거대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게다가 AI와 AI의 자발적 소통도 가능하다. 인류가 전유물로 여겨온 ‘집단 지성’까지 구현한다는 얘기다. 공학한림원은 2040년에 ‘ASI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존 산업 경쟁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학한림원은 ASI 시대를 대비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컴퓨팅과 전력 등을 아우르는 ‘융합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했다. 지상 중심의 기존 네트워크를 해상과 우주로 확장하는 기술을 확보해 초연결 시대 인프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AI 상호 소통’ 시대를 앞두고 교통, 기후 예측, 재난 대응, 안전 관리 등을 융합하는 공공 분야 연계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AI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테스트가 가능한 실증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G 시대, 위성통신 종속 우려”
공학한림원은 6G(6세대 이동통신)가 2030년대 도입돼 2040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6G는 최고 1테라비트(1000Gbps) 전송 속도로 5G 최고 속도(20Gbps)보다 50배 이상 빠르고, 지연 시간은 10분의 1로 줄인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공학한림원은 “6G 시대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며 해외 서비스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업계의 저궤도 위성통신 경쟁력이 취약해 해외 종속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스타링크가 스마트폰 직접 연결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 국내 이동통신 생태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학한림원은 실제 세계와 3차원 가상 세계(메타버스)를 융합하는 초연결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가칭 ‘메타넷(MetaNet)’을 제안했다.
◇산업별 제조 공정 자동화
미국과 유럽이 재유치(리쇼어링) 경쟁을 벌이는 제조업 분야에 대해선 제품을 생산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모델까지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을 주문했다. 지금의 생산성을 2배로 끌어올리는 제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학한림원은 대표적 전략으로 이른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Software-Defined Factory)’ 구축을 강조했다. 이는 각 생산 라인에서 소프트웨어(AI)와 결합된 로봇이 여러 복잡한 공정을 조율하고 조립부터 품질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공장을 뜻한다. 이 개념을 구현한 공장으로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기가팩토리가 꼽힌다. 공학한림원은 2040년까지 약 6000억원을 투입해 5대 대표 산업의 SDF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별 대표 제조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